표현과 표절 사이(3)

AI 생성물은 누구의 것인가?

by 날개

이전 포스팅에서는 AI의 학습 데이터 이용(TDM)이라는 '입력' 단계의 법적 이슈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출력'의 권리, 즉 저작권 귀속 문제로 논쟁을 살펴본다. 이 문제는 저작권법이 창작의 주체로 '인간'을 전제한다는 근본적인 법적 가정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AI 생성물은 단순히 인간이 도구를 사용한 결과가 아닌, 알고리즘의 자율성이 상당 부분 개입된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쟁점의 기준으로 참고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저작권청(USCO)의 일관된 입장이다. USCO는 AI가 전적으로 생성한 요소에는 저작권 보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인간 창작(human authorship) 원칙을 고수한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AI 시스템 'DABUS'의 개발자 스티븐 태일러가 AI를 저작자로 등록하려 했으나, USCO와 미국 법원으로부터 "저작권법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 창의적 노동의 산물만을 보호한다."라는 이유로 최종 거부 당한 사건이다. 또한, 미드저니(Midjourney)를 사용하여 제작된 만화책 '새벽의 자리아'(Zarya of the Dawn) 사례에서, USCO는 AI가 자동 생성한 개별 이미지 자체의 등록은 거부하고, 작가가 이미지들을 선택하고 배열하며 서사를 부여하는 등 인간이 창의적으로 기여한 부분에 한해서만 저작권 등록을 허용했다. 이는 AI를 단순한 도구(tool)로 간주하며, 인간의 최종적인 선택과 수정만이 저작권법상 창작 행위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AI 생성물이 기존 저작물의 파생 저작물(derivative work)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분쟁도 치열하다. 이미지 생성 AI 개발사들을 상대로 미술가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Andersen et al. v. Stability AI LTD et al., 3:23-cv-00201}, 원작자들은 AI가 학습한 수많은 미술 작품의 스타일을 모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할 때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 소송은 AI 결과물이 단순한 '창조'인지, 아니면 '기존 작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변형'인지를 법적으로 판단하려는 시도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 소송은, 그 결과에 따라 AI 모델의 생성물이 침해적인 복사본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선례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여 각국은 저작권 귀속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논의하고 있는데, 많은 국가가 USCO의 입장을 따라 '인간 저작자 엄격 유지'의 방향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AI 시스템 개발자와 운영자의 기술 투자에 대한 보상을 목적으로 '제3의 권리'를 부여하자는 논의도 제기된다. 이는 저작권과 별도로 저작인접권(related rights)과 유사한 형태로 AI 생성물 제작자에게 새로운 권리를 부여하자는 접근이다. 또한, AI의 자율성이 극도로 높아진 경우, 인간의 기여도와 AI의 자율성을 평가하여 인간-AI 공동 저작물로 인정하는 모델도 이론적으로 논의되나, 권리 분배 기준의 모호성 때문에 법제화는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결국, AI 생성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는 기술적, 법률적 문제를 넘어 인간의 자유의지(free will)가 어디까지 확장되고 책임(responsibility)이 어디에서 종결되는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요구한다. 인간이 AI에게 창작의 위임권을 부여하고 그 결과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때, 우리는 자신의 창의적 노동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이 내린 자율적 결정에 대한 윤리적, 법적 책임을 수반하게 된다. 만약 AI가 표절이나 부적절한 결과물을 생성했을 때, 창작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AI는 인간의 의도를 반영하는 도구의 영역을 넘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조합하는 자율적 주체(autonomous agent)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가 AI에게 부여하는 자율성의 크기만큼, 인간의 자유의지로 귀결되는 창작과 책임의 영역을 명확히 재정의해야 한다. 이 경계를 설정하는 일은 우리가 미래에도 여전히 창작의 진정한 주체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기계와 권리를 공유하는 공동 주체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최후의 질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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