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 규제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

by 날개

이 글은 2025. 10 20.자 월요일판 법률신문 법조광장에 실린, 필자의 글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우리는 ‘공정’ 혹은 ‘불공정’에 매우 민감하면서도 합리적인 의사소통과 토론 과정에는 익숙하지 않다. 사실 공정성은 단순히 결과적인 부분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결과에 이를 때까지의 납득가능하고 공정한 과정과 절차를 충분히 거쳐야만 이해당사자들은 승복하게 되고 결과에 대하여도 더 공정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특정 규칙이나 제도가 공정하다고 인정받으려면,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공론장(public sphere)’에서 규제의 ‘담론(discourse)’에 참여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비로소 ‘공정성’의 일부가 확보된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공론장(Öffentlichkeit)과 의사소통의 합리성(Kommunikative Rationalität)의 개념은 현대 독일의 가장 저명한 지식인 중 한 명인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1929~)가 제시한 이론으로서, ‘규제의 공정성’에 관한 ‘담론’에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와 강력하고 중앙집권적인 권위의 결합은 공통된 규범과 개인의 정체성의 영역인 ‘생활세계(lifeworld)’에 침투하는데, 법은 해당 공동체의 공유된 가치와 규범이 제도적 형태로 표현된 것으로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생활세계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원적이고 분열된 사회를 규범적으로 통합하는 강력한 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생활세계로 깊숙이 침투하게 되므로 그 ‘정당화’ 과정이 분명 필요하다. 하버마스는 법의 정당성은 제정되는 담론 과정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는지(‘effectiveness of the process of discourse’)에 따라 좌우된다고 강조하면서, 표현의 자유 등의 민주적 권리는 ‘의사소통적 행위(communicative action)’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한편, 하버마스의 주장은 다양한 비판을 받기도 하였는데, 예컨대 사회적 통합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법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거나, 모든 이해관계자가 합리적 담론의 참여자로서 동의한 법적 규범만이 유효하다는 그의 주장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일종의 ‘아테네식 직접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마스의 사상은, ‘과정의 공정’, ‘절차의 공정’이라는 경제법의 중요한 원칙에 관하여 상기시켜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규제가 단지 돈이나 힘의 논리가 아닌 이해관계자가 서로가 설득하고 이해하는 대화의 장을 통하여만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담론에는 기업, 소비자, 사회적 약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배제되지 않고 차별 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오늘날 이러한 공론장의 큰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온라인 플랫폼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물건을 사고 팔 뿐만 아니라, 의견을 교환하고, 사회적인 가치를 소비하며, 나아가 현실 정치와 시장질서를 재편한다. 우리는 생활인으로서 사회적 담론에 신경 쓸 시간과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이 공론장을 통해 여러 가지 형태로 소통한다. 따라서, ‘공론장으로서의 플랫폼’은 기업의 이윤논리보다는 자유롭고 평등한 대화의 장이어야 하며, 예컨대, 불투명한 알고리즘, 소비자 데이터 착취 등의 불공정한 행위와 같이 비대칭적 권력을 이용하여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방해하거나 왜곡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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