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프라이버시의 두 얼굴

by 날개

오늘날 유튜브, 틱톡 등으로 대표되는 파편화된 미디어 환경은, 매우 다양한 개인의 관심 분야, 연령대, 이념 등에 따라 섹터가 나뉘는데,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인플루언서'를 탄생시키고 있다.


대중의 관심은 곧 돈으로 연결되는 무한 경쟁 환경 속에서, 크리에이터는 소재 고갈과 조회수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사생활을 노출하는 콘텐츠를 서슴없이 공개하기도 하고, 반대로 대중들은 그들이 누린 막대한 부에 상응해서 '공인' 수준의 사생활 침해의 수인과 윤리적 잣대를 들이 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인플루언서의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문제에 관한 사회적 논란은 흔한 일이 되고, 이에 관계된 극단적 사건 사고 사례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특히, 스스로 자진해서 사적인 영역을 콘텐츠로 삼아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인플루언서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두 상충하는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이익형량을 하여 위법성을 판단해야 하는지에 관한 경계는 극도로 모호해진다. 과연, 대중의 관심을 매개로 하여 부를 창출하는 이들의 표현은 어디까지 보호되며, 이들의 프라이버시는 어디까지 보호되는 것일까?


'앤드류 클라팜'(Andrew Clapham) 교수는, "인권의 형량기준(framework)은 단순한 교통 규범이 아니며, 판사마다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할 정도로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하면서, 균형 잡기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그는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제시한 기준으로서, 담론에 대한 기여도, 해당 인물의 인지도, 이전에 보였던 행동, 정보의 입수 방법, 출판물의 내용과 형식 등을 고려하여 프라이버시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형량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한다. 그는 ECHR이 정치인에 대해 허용되는 비판의 한계를 사적인 개인에 비해 "더 넓다"라고 일관되게 강조해 왔는데, 이 영역은 공인(公人)의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확대되어 왔다는 점을 덧붙인다.


특히, 핀란드 총리 전 파트너의 사생활 공개를 제재한 사례는, 공인의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 간의 균형문제를 다룬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간략한 사실관계를 보면, 핀란드 전 총리의 전 여자친구가 2007년 자서전에서 두 사람의 사적 관계, 성적 행위, 개인적 생활 등을 공개한 것에 대하여, 핀란드 대법원이 이를 사생활 침해로 판단하고 벌금을 부과한 사건이다. 전 여자친구는 자신의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장하며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제소하였으나, 법원은 사생활 보호가 우선한다며 전 총리의 사생활침해를 인정하는 판단을 2014년 1월 14일 내렸다(73579/10). 이 사례에서 법원은, 본인이 자진해서 사적 영역을 공개하며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에도, 그 공개된 정보가 타인의 동의 없는 민감 정보나 사생활을 침해한다면 표현의 자유보다 프라이버시 보호가 우선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있다.


한편, 인플루언서는 점점 단순한 크리에이터나 홍보 수단이 아니라 공적 영향력을 지닌 사회적 존재로 인식되면서, 투명한 광고 표시·사생활 존중·사회적 책임감 등과 같은 윤리적 기준의 준수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는 전통적인 '공인'과는 궤를 달리하는데, 이들은 일상의 파편을 자발적으로 전시하고, 그 대가로 부와 명예를 얻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 경제'의 성공은 막대한 보상으로 이어지지만, 동시에 이들을 대중의 극단적인 반응에 취약한 존재로 만든다. 대중은 그들의 성공을 인정하는 만큼, 그들에게서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적 순결함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요구는, 유명인이 누리는 천문학적인 부와 명예가 사회에 기여한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느껴질 때 더욱 강화된다. 대중은 자신이 부여한 관심과 부에 대한 일정 수준이상의 윤리적 행동을 기대하며, 이 기대에 어긋나는 사적 행위가 드러날 때 가혹한 심판을 내린다. 이러한 대중의 기대가 인플루언서의 사생활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적 배경을 형성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의 문제 역시 이러한 논의의 한 축을 이룬다. 과거의 과오나 흑역사가 영구적으로 검색 엔진에 남아 개인의 삶을 괴롭힐 때, 법적 개입의 필요성이 발생한다. ‘구글 스페인 사건’은 개인이 과거 부채 관련 정보가 온라인 검색 결과에 계속 노출되는 것이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하며 제기된 사건이다. 유럽사법재판소(CJEU)는 검색엔진 운영자는 개인의 이름과 관련된 정보 삭제 요청을 받을 수 있으며, 특정 조건 하에서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2014년 5월 13일 판시하면서(C-131/12), '잊힐 권리'를 인정하였다. 인플루언서의 경우, 과거의 논란이 오늘날의 경제적 활동과 윤리적 이미지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CJEU는, ‘정보 주체가 공적 생활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대중의 정보 접근 권한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므로, 이에 따르면 '자신의 삶을 콘텐츠로 판매하는' 인플루언서의 과거는 언제든 현재의 윤리적 심판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을 시사한다.


결국, 이 모든 상충하는 가치와 권리의 대립은 '비례성'(proportionality)이라는 핵심 개념을 통해 해소되어야 한다. 클라팜 교수가 요약한 대로, 프라이버시와 같은 인권에 대한 간섭이 정당화되려면 (i) 합법적인 목적이 있는가, (ii) 명확하고 접근 가능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가, (iii) 그 목적에 비례하고 민주 사회에서 필요한가, (iv) 자의적 행사에 대한 보호 장치가 있는가라는 4단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인플루언서의 사생활 침해를 추구하는 대중의 관심이 '합법적인 목적(예컨대, 공익, 사회적 건전성)'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다만, 단순한 호기심이나 가십을 공익으로 포장해서는 안 되며, 간섭의 정도는 그들이 창출하는 부와 명예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비례해야 한다.


창조적인 활동으로 대중의 관심을 얻어 살아가는 이들이 인기가 고갈되거나 논란에 휩싸일 때 겪는 불안정성과 취약성은, 그들이 누리는 경제적 혜택과 별개로 존중받아야 할 인간적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누군가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대가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 그러한 존중을 정당화할 논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인플루언서가 제삼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없듯이, 그들이 '공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사생활이 무분별하게 해체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므로, 인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인식하는 담론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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