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의 밥약속 가이드
오늘은 오랜만에 논비건 지인을 만났습니다. 비건 6년차쯤 되니까 이제 좀 익숙해지더라고요. 논비건 지인에게 밥먹자고 얘기하는 게.
처음 비건을 시작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친구가 "만나자"는 카톡을 보냈을 때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어떻게 말해야 하지? 나 때문에 불편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몰려왔죠. 메시지만 쓰고 지우기를 수십 번, 결국 못 나간다고 한 적도 많습니다. 그땐 제가 모두의 불편함이 된 것 같아서 쭈뼛쭈뼛 움츠러들었던 것 같아요.
내가 먹을 수 있는 게 있는 식당에 가야하고, 그러려면 내가 비건이라는 걸 이야기해야하고, 식당 선택에 제한이 있다는 걸 이해시켜야하고, 그래서 괜히 미안하고, 근데 내 가치는 지켜야겠고. @.@@@ 이런게 다 어려웠습니다. 한번은 동아리 회식을 샐러드집에서 하자고 해서(제가 아니라 육식파 선배가 ㅜㅜ) 얼굴이 화끈거린 적도 있어요. 근데 이제는 좀 갈음이 된 것 같아요. 6년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나만의 방법이 생겼거든요.
1. 당당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밝히기
저는 제가 비건인 걸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녀요. 제가 깨우친 서른 마흔 다섯가지 인생의 진리 중 하나는 '선빵을 날려야 인생이 편하다'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남들이 알아야 나도 편하고 상대도 편해져요. 혹시 제가 비건인 걸 모르는 지인이라면 "제가 비건이라서 그러는데~"라고 자연스럽게 운을 떼고요.
2-1. 선택권 주기
약속을 잡을 때는 제가 먼저 음식점 리스트를 제안해요. '그 근처에 이런이런 식당이 있는데 같이 골라주실래요?'하고 2-4개 정도의 리스트를 공유합니다. 그럼 상대에게 '선택권'이 생깁니다. 비건인 나로 인해 제한을 느끼기보다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2-2. 음식점을 찾는 방법
도 알려드리면 여러분의 부담이 좀 덜어질까요? 음식점은 주로 어비로를 봐요. 이럴 때 쓰려고 제가 만든 어플이기 때문이죠. 비건이신 분들이 직접 정보를 등록해주기때문에 가장 정확도가 높고, 그 가게에 어떤 메뉴가 비건인지까지도 나와있습니다(네이버로 찾기 진짜 어려움 ㅠㅠ). 지도 기반이라 약속 코스 짤 때도 편하고요.
3. 그런데 기껏 정한 가게가 급 휴무를 때릴 수도 있습니다.
이럴때를 대비해서 가게에 미리 전화를 한다거나, 인스타 스토리로 그날 영업중인지 확인을 하면 좋습니다. 혹은 B안 음식점을 마련해두기도 합니다. 만약, 이걸 못한 채로 휴업한 가게를 맞닥뜨려도, 괜찮아요. 당황하지 않고 어비로를 켜 근처 다른 가게를 빠르게 찾습니다. ㅎㅎㅎ
*글 하단에 첨부된 이미지를 참고해주세요. 제가 최근에 약속을 잡았던 대화본 3개를 공유합니다.
다들 한번쯤 겪어보셨을 거예요. 저도 그랬고, 여러분도 그러시겠죠. 하지만 괜찮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상황들이 자연스러워질 거예요. 그때까지 위의 팁들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만의 방법도 있나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사례 1
사례 2
사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