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는 청소하고 정리하는 데 젬병이다. 그렇다고 다른 것도 딱히 잘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유달리 집 정리 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건 맞는 것 같다. 만약 남편이 깔끔한 사람이었다면 이런 내 부족한 부분이 더 눈에 띄었을 텐데, 남편도 나 못지않게 무던한 사람이라 살림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난 직장 다녀서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집안 살림은 항상 뒷전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약점을 콕 집어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둘째 언니이다. 언니는 이과적인 성향으로 깔끔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카페에 들러 오붓한 한때를 보내고 집에 돌아온 언니는 먼저 씻겠다고 욕실로 향했다. 얼마 후 언니는 문을 열더니 한심함과 실망감이 여실이 드러난 표정으로 락스를 찾았다. 화장실 구석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것도 저것도 다 곰팡이라며 혀를 내둘렸다. 바로 청소라도 할 요량으로 고무장갑을 끼는 언니를 말렸다. 주말에 한번 신랑이 해주는 화장실 청소에 만족하며 바닥과 변기가 깨끗한 것에 만족하고 외벽을 살피지 못했던 내 불찰이었다. 타일 사이사이와 세면대 구석구석에 까맣게 올라온 곰팡이들이 나를 이제야 발견했냐며 비웃는 듯했다.
언니지만 나의 약점이 들킨 것 같아 적이나 부끄러웠다. 저녁인 줄 알았지만 지금 바로 청소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팔을 걷어 부치고 내친김에 화장실로 향했다. 락스를 물에 풀어 외벽과 바닥 사이사이에 뿌리고 솔로 빡빡 닦았다. 그때 부엌 쪽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하는 동안 언니는 동생의 부엌을 말없이 정리하고 있었다. 아무렇게 놓인 싱크대 위 약봉지들도 일렬로 정리했고, 싱크대 서랍 속 물건들도 말끔히 정리했다. 언니의 모습에서 친정 엄마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컷했다. 지금도 80 먹은 노모는 내가 막내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냥 어리다고 생각하시는지 오시면 늘 냉장고 정리를 해주신다.
어느 정도 집 정리를 끝낸 후 언니는 나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힌 뒤 말을 시작했다. 자신도 직장 다닐 때는 집안을 잘 살필 여력이 없었다고, 너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지만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집은 소중한 곳이니 조금만 관심과 애정을 쏟아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팁을 제의했다. 저녁 일과를 끝난 후 9시쯤 알림을 설정해 두어 매일 20분간 집안 정리를 시작해 보라고 했다. 한꺼번에 하려면 노동이 되고 힘들어서 금방 지치게 되니, 조금씩 한 부분씩 딱 20분씩만 해보라고 했다. 20분이 지나면 거기서 멈추고 내일 하라고 덧붙였다. 그러다 보면 한 달 안에 집안을 한 바퀴 돌며 정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한 번 정리해 두면 두 번부터는 더 시간이 단축될 거라고,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격려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시도해 보라는 말이 귀에 솔깃했다. 그날 이후 나는 언니의 조언대로 매일 20분씩 집안 정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꾸준히 실천하니 조금씩 변화가 느껴졌다. 깨끗해진 집안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행복해졌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단순히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깨달았다. 집안 정리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앞으로도 꾸준히 집안 정리를 실천하며,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