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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민 Sep 12. 2024

23. 왜 무아(無我)인가?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아서

석가모니는 열반(涅槃)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아상(我相)에서 벗어나 무아(無我)의 경지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도대체 왜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들어가야 하며, 어떻게 무아지경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요?


석가모니의 핵심 가르침 중 하나가 사성제(四聖諦)입니다. 인생은 끊임없는 고(苦)의 총합이라는 고제(苦諦), 모든 고의 원인은 번뇌(煩惱)라는 집제(集諦), 먼저 일체의 번뇌를 소멸시켜야 한다는 멸제(滅諦), 일체의 번뇌를 소멸시킨 후에 피안으로 건너가기 위한 방법인 도제(道諦)가 바로 고집멸도(苦集滅道)의 4성제인 것입니다. 


고(苦)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체의 번뇌(煩惱)를 소멸시켜야 합니다. 일체의 번뇌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번뇌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야 합니다. 석가모니는 탐진치(貪瞋癡)의 삼독(三毒)으로부터 일체의 번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인간의 욕심과 분노와 무지에서 모든 번뇌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탐진치 삼독을 없애면 일체의 번뇌를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는 탐진치 삼독을 없애기 위해 이것들이 무엇으로부터 발생하는지 탐구해 들어갑니다. 이렇게 근원을 향해 계속 파고 들어가는 연구방법을 연기법(緣起法)이라고 합니다. 연기란 ‘어떤 것을 인하여(緣) 다른 어떤 것이 일어난다(起)’는 뜻입니다. 


석가모니는 삼독이 ‘나’라고 하는 아상(我相)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너와 나를 구별하다 보니 네 것과 내 것을 구별하게 되고, 소유 관념이 발생하다 보니 남보다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좋은 옷 입고 싶고, 좋은 것을 먹고 싶은 욕심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너와 내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도저히 상대의 생각을 용납할 수 없어 분노를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점점 무지하게 된다고 합니다. 


병의 원인을 알아야 치료가 가능합니다. 석가모니는 연기법을 동원하여 너와 나를 구별하게 하는 아상(我相)이 무엇으로부터 만들어지는지 파고들어 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즉, 오온(五蘊)으로부터 아상(我相)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색(色)은 인간이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의 육근(六根)을 통해 지각할 수 있는 물질세계의 모든 것을 의미하고, 수상행식(受想行識)은 인간이 육근을 이용하여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을 설명한 것입니다. 수(受)는 육근을 이용하여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것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말하고, 상(想)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것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형상화되는 과정, 행(行)은 이렇게 형상화된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굴리는 과정, 식(識)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각자의 생각, 판단, 평가 등을 의미합니다. 


석가모니는 인간 각자의 감각 기관과 이성 능력 등의 차이로 인하여 서로 다른 생각, 판단, 평가 등 서로 다른 식(識)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식(識)으로 인하여 아상(我相)이 만들어지고 탐진치 삼독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석가모니는 어떻게 해야 이러한 식(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 파고들어 갑니다. 석가모니는 그 답을 색(色)에서 찾게 됩니다. 식(識)은 행(行)으로부터 나오고, 행은 상(想)으로부터 나오며, 상은 수(受)로부터, 수는 색(色)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중간 정리를 해보면 ‘인생은 고(苦)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고는 번뇌(煩惱)로부터 비롯된다. 모든 번뇌의 궁극적 원인은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이다. 삼독은 아상(我相)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아상은 식(識)으로부터 비롯된다. 식은 궁극적으로 색으로부터 비롯된다. 따라서 색으로부터 벗어나면 식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식으로부터 벗어나면 아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아상으로부터 벗어나면 삼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삼독으로부터 벗어나면 일체의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일체의 번뇌로부터 벗어나면 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석가모니의 추론이 맞는 것 같습니까? 


문제는 어떻게 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석가모니는 색즉시공의 깨달음으로 인하여 무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반야심경(般若心經)에 나오는 ‘照見五蘊皆空(조견오온개공, 오온이 모두 공함을 조견하다)’과 ‘색즉시공(色卽是空)’의 법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문제는 색이 왜 공(空)한가 하는 것입니다. 석가모니는 왜 색이 공하다고 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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