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
엄마가 마트에 간 사이
겁 많은 밤톨이 삼 형제가 숨죽이고 있었어요.
휭, 바람만 불어도 따닥따닥, 따다닥
캐스터네츠처럼 엉덩이를 부딪치며 후덜덜 떠는 거예
요.
동화책을 너무 많이 봤나 봐요.
까맣고 노란 털이 북슬북슬한 털북숭이 손에
덕지덕지 밀가루를 묻힌 늑대가 들이닥칠 것만 같았거
든요.
엄마는 언제 올까?
기다려도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았어요.
사실 엄마는 쉽게 올 수도 없었어요. 마트에 들러 집으
로 오는 길에 그만,
늑대에게 잡아먹힌 건 아니고
뷰티 의류매장 유리창에 붙은 폭탄세일 80%, 광고를
보고 만 거예요.
"유레카!"
아까도 말했지만
밤톨이 삼 형제가 캐스터네츠처럼 엉덩이를 부딪치며
후덜덜 떨고 있는 그 시간에
엄마는, 엄마는 뷰티 의류매장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으
니까요.
다시 바람이 불고
현관문에 걸어둔 자물쇠가
딩동딩동 흔들렸어요. 누가 왔나 봐요.
"누, 누구세요?"
질겅질겅 단풍잎을 씹으며 입술 사이로 빨간 피를 팔랑
팔랑 떨어뜨리는 가을이
크레용처럼 백 가지 색깔의 눈을 가진 가을이
밤톨이 삼 형제를 잡아먹으려고 문 앞에 서 있는 거예
요.
"엄마다, 문 열어라!"
정말 동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니까요.
무서운 늑대가 참신하게 가을로 변신할 줄 누가 알았겠
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