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애자일하게 아쌉으로 해볼게요
기획직군과 개발자 사이에는 언어의 장벽이 있다. 같은 한국말 쓰는데 무슨 언어의 차이가 있으련만 싶지만 같이 대화를 해보면 금새 뭔가 다르다는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말이 잘 안통하는 모국어가 다른 프로그래머 둘이 코드를 놓고 개발자끼리 대화를 하면 은근 말이 잘 통하기도 한다. 이런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직군별로 사용하는 용어들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용어라고 불리는 말들을 모르면 소통이 어려워진다. 최근에 판교 사투리라는말이 유행했다. 숏박스라는 Youtube채널에서 이를 패러디했는데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문화와 용어를 모르는 사람 눈에는 무슨뜻인지 이해도 안되고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웃기기까지 한다. 그래서 서로의 용어를 알아야 한다.
개발자가 기획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기획의 언어를 사용해주면 좋으련만 아쉬운건 기획자쪽이니 개발자의 언어를 배워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미생의 장그래가 그랬듯 ‘용어사전‘을 외우는 일은 피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용어 자체를 암기하는것보다 그들이 특정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와 맥락을 아는것이 중요하다. 용어들 만큼이나 배워가는 과정이 소중하다. 지속적으로 용어를 학습해 나아가고 소통에 활용해 나간다면 우리 개발팀과 좋은 관계를 쌓고 프로덕트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개발용어 학습의 중요성
개발용어를 배우는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토대가 된다. 알아듣기 어려운 개발용어들이 남발하면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미리 알아둔 개발용어들은 빛을 발한다.
“아, API 게이트웨이에서 CORS 이슈가 발생했는데, 마이크로서비스 간 인증 토큰 전파 문제 때문이네요. 이거 수정하려면 L4 로드밸런싱 설정을 변경하고 gRPC 통신 재구성해야 할거같아요. 기획자님, E2E 테스트는 언제까지 끝내야 되죠? 다음 디플로이 일정 멀었는데!”
이런 대화를 들었을 때, 대부분의 기획자는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마치 외계어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용어들을 이해하고 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단순히 “문제가 생겼어요”가 아니라 어떤 문제가 생겼고,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프로젝트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개발 용어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대화를 따라가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개발자의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접근법을 이해하는 창구가 된다. 개발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어떤 제약 조건 속에서 일하는지 알게 되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제안을 할 수 있다.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기획팀에서 새로운 이벤트 시스템을 제안했는데, 개발팀은 “이건 DB 스키마 변경이 필요해서 마이그레이션 이슈가 있을 것 같아요”라고 응답했다. 당시 ‘DB 스키마’와 ‘마이그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이해하고 있던 기획자는 즉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큰 구조 변경 없이도 이벤트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냈고, 프로젝트는 일정 지연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처럼 개발 용어 이해는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 효율적인 협업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발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 개발자들은 자신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기획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경향이 있다.
개발 용어 학습을 위한 마인드셋
개발 용어를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무작정 용어집을 외우려 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지속적인 학습 태도를 가져야 한다. 개발 분야는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기술과 용어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한 번 배웠다고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용어와 개념을 학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이런 걸 모른다고 하면 무능해 보일까?” 하는 걱정은 버려도 좋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기획자를 개발자들은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개발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설명할 때 대체로 열정적이다. 안 그런 사람에게는 그 다음부터 안 물어보면 된다. 본인이 아는 바를 매끈하게 설명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동료의 질문을 무조건 배척하는 동료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셋째,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함이 중요하다. 모든 용어를 다 알 수는 없다. 오히려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용어는 처음 들어보는데,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넷째, 개발자의 설명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발자가 용어를 설명할 때, 단순히 정의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맥락과 배경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이를 통해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연결된 지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호기심과 탐구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용어를 접했을 때 “이게 왜 중요한지”,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지” 궁금해하는 태도가 깊은 이해로 이어진다.
이런 마인드셋을 바탕으로 개발 용어를 학습한다면, 단순한 암기가 아닌 실질적인 이해와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실전 개발 용어 학습 방법
이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발 용어를 학습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효과적인 학습을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개발 용어를 배우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개발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게 뭐예요?“라고 물어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적절한 타이밍 찾기가 중요하다. 개발자가 깊이 몰입해 있거나 급한 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점심 시간이나 커피 브레이크 타임, 또는 회의가 끝난 후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구체적인 질문 방식도 중요하다. “API가 뭐예요?“라고 막연하게 물어보기보다는 “방금 회의에서 언급된 REST API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요?“처럼 구체적인 맥락을 포함해 질문하면 더 명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질문 후에는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가 이해한 것이 맞나요? REST API는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규칙 같은 건가요?“와 같이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확인하면 오해를 줄이고 더 정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팀 차원에서 공유 용어 사전을 만드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노션이나 컨플루언스 같은 도구를 사용해 팀 내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발 용어와 그 설명을 정리하는 문서를 만들면 새 멤버가 합류했을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자꾸 까먹는 나를 위해서도 이런 기록은 활용도가 높다.
용어 업데이트 주기를 설정해 한번씩 리마인드하고 변화된 개념을 정리하는 것도 좋다. 분기별로 새롭게 등장한 용어나 변경된 개념을 업데이트하는 시간을 가지면 문서의 최신성을 유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도 새롭게 접하는 개발 용어들이 종종 발생한다. 예전에는 배울때마다 블로그에 정리했고 요즘은 작은 노트에 기록하고 모아뒀다가 쌓이면 폐기할때 한번씩 더 리마인드하고 익숙해지면 노트를 파기한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용어가 스며드는 경험을 했다.
이런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발 용어를 학습한다면, 점차 개발자와의 대화가 더 수월해지고, 프로젝트 진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개발 용어를 실무에 적용하는 방법
개발 용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용어를 아는 것과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새로 배운 용어를 회의에서 바로 활용해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때 주의할 점은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맥락에서 용어를 사용하면 오히려 의사소통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처음에는 “제가 이해한 바로는 이것이 ○○인데, 맞나요?“라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사용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기획 문서에 적절한 개발 용어를 통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기능 요구사항을 작성할 때 “사용자가 프로필을 수정하면 변경사항이 저장된다”보다는 “사용자가 프로필을 수정하고 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API를 통해 데이터베이스에 변경사항이 저장된다”와 같이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개발자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당연히 DB에 저장되는거 아니냐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변경내용이 캐시같은 임시 저장영역에 있다가 한번에 저장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기때문에, 이런 디테일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용어 사용의 적절한 수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완벽하게 나의 언어가 되지 않은 전문 용어를 남용하면 오히려 본질을 흐릴 수 있다. 특히 다른 기획자나 디자이너, 마케팅 팀원들과 소통할 때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 상황과 청중에 맞게 용어 사용 수준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용어를 통한 개발자와의 공감대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개발자가 “이 기능은 비동기 처리가 필요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 한다면, 비동기 처리의 개념을 이해하는 기획자는 “그럼 사용자에게 로딩 인디케이터를 보여주는 게 좋겠네요”라고 반응할 수 있다. 비동기통신의 제약을 이해해주는 기획자와 내적 친밀감도 쌓인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개발자와의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
용어를 무기로 사용하는 개발자 대처하기
안타깝게도 일부 개발자들은 전문 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비개발자를 당황시키고 말문을 막히게 하는 경우가 있다.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상황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전문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습관적으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하거나, 더 심각하게는 본인의 무능력함을 감추기 위해 소통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 강아지와 같이 산책을 하다보면 겁이 많은 작은 강아지들이 덩치큰 친구들 보다 겁에 질려 외부 상황에 더 격하게 반응하는걸 볼 수 있다. 궁지에 몰린 사람을 몰아세우는 방법은 효과적인 접근이 아니다. 실제 그가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가 어떻든 이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두기‘ 접근법은 의외로 효과적일 수 있다. 모든 용어를 다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정말 중요한 것은 기획의 본질임을 기억하자. 기획자의 역할은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다. 개발 용어를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이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획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 용어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이것입니다”라고 대화의 초점을 다시 본질로 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용어 자체보다 그 용어가 의미하는 문제나 해결책에 집중하자.
전문용어 뒤에 숨은 실제 문제를 식별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때로는 개발자가 “이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요”라고 말할 때, 실제로는 “시간이 부족해요” 또는 “우선순위가 낮아요”라는 의미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실제 이슈를 파악할 수 있다.
팀 내 건강한 소통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인의 진짜 의도를 숨긴다는건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에서 비롯된다. 동료들이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명확하고 솔직한 소통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는 리더의 역할이 크지만, 팀원 각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용어 학습의 장벽 극복하기
개발 용어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여러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용어 과부하 관리는 중요한 문제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용어를 학습하려고 하면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다. 프로젝트에 직접 관련된 용어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점진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웹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면 웹 개발 관련 용어부터 익히는 식이다. 그중에서도 하루에 익힐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용어를 익히는데 집중하지 않고 정확한 사용예를 배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르는 용어를 마주했을 때의 대처법도 알아두면 좋다. 회의 중에 모르는 용어가 나왔다면, 메모해두었다가 나중에 찾아보거나 적절한 타이밍에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자. 또한 개발자에게 “이 용어를 조금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살아온 세월이 다른데 배경지식이 다른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기획자로 직무를 전환하며 느낀 바로는 기획자의 용어들도 꽤나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러니 주눅들지 말고 물어보자.
잘못 이해한 용어로 인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런 실수를 했을 때 중요한 것은 빠르게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이다. “제가 이 용어를 잘못 이해했네요. 다시 설명해 주시겠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신뢰를 쌓는 방법이다.
팀원들과 함께하는 용어 학습 문화를 만드는 것도 효과적이다. 정기적인 스터디 세션이나 지식 공유 시간을 통해 서로의 전문 분야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는 기획자뿐만 아니라 개발자에게도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개발 용어 학습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이다. 모든 용어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와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더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해진다.
용어 이해를 통한 개발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자신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기획자를 더 신뢰하고, 더 깊은 수준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지속적인 학습 태도는 기획자로서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기술 트렌드를 이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더 혁신적인 제품을 기획할 수 있게 된다. 개발 용어 하나하나가 여러분의 커리어에 쌓이는 소중한 자산임을 기억하자.
다음 단계로는 단순히 용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기술적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을 알아볼 것이다. 개발 용어를 이해하는 것은 시작일 뿐, 이를 바탕으로 개발자와 함께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가는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