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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강 Feb 08. 2024

미국대사관저

  

주한미국 대사가 사는 집이 대사관저 맞나요? 미국 대사관저는 덕수궁 뒤 구세군 본영 건물 근처에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몰랐습니다, 그곳이 대사관저라는 것을.     


오늘 그곳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1호선 시청역에 내려서 덕수궁 길 따라 걸으면 정동극장이 나오고 경향신문사가 나오고. 경향신문사 가기 전에 있는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 길을 걷는데 대사관저 근처에 있던 한 전경인지 의경인지가 다가오더니 "실례합니다. 신분증 확인 좀 하겠습니다." 이러는 것이 아닙니까. 얼마나 놀랐는지요.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그러는 당신은 누구죠?" 이 말에 아주 떨떠름한 표정으로 저를 위아래로 흩습니다. "아. 경찰입니다. 신분증 좀 보여 주시지요." 아까보다는 조금 더 고자세로 위협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당신이 경찰인지 아닌지 나도 확인을 해야 하니까 당신 신분증 먼저 보여 주시죠"   

   


제 말이 맞잖아요, 누군지 알고 길바닥에서 신분증을 꺼내요 꺼내길. 그랬더니 근처에 있는 대기 차량에다 대고 뭐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제는 진짜 경찰이 왔습니다. "뭐야??" "아니 이분이, 신분증 좀 달라고 했더니만 제 신분증을 먼저 보여 달라고 하셔서요."  

    

저는 그냥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한참 둘이서 뭐라고 하더니만 나중에 온 진짜 경찰이 저에게 그러더군요. "죄송합니다. 여기가 대사관저여서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신분 확인만 하면 되니까 잠시 보여 주시지요" 라고 다소 부드럽게 웃습니다.


이 말에 제가 그랬습니다. "경찰관님 서로 번거로운 일을 왜 합니까??" "하하하 그러게요 죄송합니다." 조금 넉살이 붙은 경찰이다. "아니 아저씨가 저에게 죄송할 건 없고요, 저는 두 분이 진짜 대한민국 경찰인지 아닌지 확인을 할 수 없기에 제 신분증을 보여 드릴 수가 없습니다." 라고 단호하게 잘랐습니다. 그리고는 알아서 하라고 걸어서 정동극장 쪽으로 왔습니다.     


관저 내부 

어린 예비 경찰이 뭐라고 중얼거리며 따라오려고 하니까 진짜 경찰이 잡는 눈치였습니다. 이럴 경우는 안 봐도 비디오지요, 못된 놈 걸렸다, 재수 없다, 뭐 그러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올라오는데.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구세군중앙교회에 들어와서 결국 전화를 걸었습니다. 미국 대사관저에. 

     

"헬로"  "헬로는 먼 얼어 죽을 헬롭니까." 다짜고짜로 쏘아붙였습니다. "아니 미국 대사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집 앞에 한국 경찰 세워 둔 것만으로 부족해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잡아서 신분증을 검사합니까? 예!" 다소 큰 소리로 이야기했더니 알아듣는 것인지 못 알아듣는 것인지. "여포쎄용." 이 소리만 들렸습니다.    

 

"이런 된장, 확." 그러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는데 이런 것도 죄가 되나 싶어서 순간 긴장을 하게 되더군요. 아니 순간이 아니라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아는 번호인지 확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을 보는 나 자신에게 또 화가 나고요. 이게 무슨 조화 속인 지.      


한 나라를 대표하여 다른 나라에 파견되어 주재하면서 외교 교섭을 하며 자국민에 대한 보호와 감독을 하는 대사가 이렇게 놓은 양반인 줄은 몰랐습니다. 미국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저도 이렇게 미국 경찰이 지켜 주는지 궁금했습니다. 세종로에 있는 미국대사관은 더더욱 장난이 아닙니다. 근처에 있는 세종로청사 보다 몇 배는 더 많은 경찰이 지키고 있죠. 물론 우리나라 경찰들이지요. 자국민을 지켜야 할 경찰이 남의 나라 국민을 지키기 위해 경비를 선다는 것이 말이나 되나 싶습니다. 참 유쾌하지 않는 오후를 보냈습니다.      


사진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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