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91)

박성표

by 이 범

영광 읍사무소, 1933년 가을

박성표는 창밖을 내다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조선총독부에서 내려온 문서들이 쌓여 있었다.



박성표는 (중얼거리듯) "내선일체... 그것만이 조선인이 살아남을 길이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일본 제국에 순응하고 협력하는 것이 민족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항은 무의미한 희생만 부를 뿐이라고.



박성표는 "이산갑 같은 자들이 문제야. 계몽학당이라니... 결국 독립운동의 온상이 될 뿐이지."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박성표가 "들어오게."하고 문쪽을 향해

문이 열리고 백정치가 들어왔다. 그는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백정치가 "서기님, 부르셨습니까?"

박성표는(돌아서며) "앉으세요 백정치씨."

백정치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그의 눈빛은 교활했고, 입가에는 아첨하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박성표는 "당신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려고 하오."

백정치는 눈을 반짝이며 "말씀만 하십시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박성표는 "이산갑의 계몽학당... 다시 세우려고 하더군요".

백정치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렇습니다. 마을 사람들까지 동원해서 학당터를 정리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경성에서 여자 선생까지 데려왔다던데요."

박성표가"강지윤이라는 여자지. 경성대학교 교수라고 하더군." 하며 정치에게 이야기했다.

백정치는 손을 앞으로 모우며 "신여성이라는 것들이 다 그렇습니다. 일본 제국의 은혜를 모르고..."



박성표는 손을 내저으며 "그런 소리는 됐고요. 당신이 할 일은 이것이오."

그는 책상에서 문서 하나를 꺼내 백정치에게 건넸다.



박성표는 "주민들을 선동해야 하오. 이산갑의 학당이 위험하다는 것을, 일본 당국에 찍히면 마을 전체가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은근슬쩍 퍼뜨려야 해요."


백정치는 간사하게 웃으며 "아하... 알겠습니다. 제가 잘하는 일이지요."

박성표는 "하지만 직접 나서면 안 돼요. 당신 어머니... 강점순 씨를 이용하시오"

백정치는 놀라며 "어머니를요?" 하며 눈을 크게 떴다.

박성표는"그래요. 강 씨는 마을 아낙네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있지 않나요?. 우물가에서, 빨래터에서, 장터에서... 소문을 퍼뜨리도록 하세요."

백정치가 고개를 끄덕이며"좋은 생각이십니다. 어머니는 입이 가벼우시니까..."

박성표는 "그리고 자네는 청년들을 상대하게. 특히 학당에 자식을 보내려는 부모들을 찾아가서... 걱정을 심어주세요."


백정치는"어떤 식으로 말입니까?"하고 물었다.

박성표는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윤서영이 어떻게 됐는지 상기시켜 주시오. 고문당해 죽지 않았나요. 이산갑의 학당에 아이들을 보내면... 그 아이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백정치의 눈이 번뜩였다.

백정치는 "아... 훌륭한 계책입니다. 부모들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거군요."

박성표는 "그렇지요.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말고, 은근히 걱정하는 척하면서 불안을 조성하시오. '아이들 생각해서 조심하셔야 한다'는 식으로."


백정치는 (비굴하게 웃으며) "역시 면서기님은 지혜로우십니다. 제가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박성표는 "그리고 한 가지 더."

백정치는"네?" 하며 물었다.

박성표는 "강지윤에 대한 소문도 퍼뜨리시오. 경성에서 온 신여성이 무슨 불온한 사상을 전파할지 모른다고. 일본 유학파가 아니라 반일 사상가일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백정치감탄하며 "완벽합니다! 그렇게 하면 마을 사람들이 경계하게 되겠군요." 하며 아첨을 떨었다.

박성표는 "정확히 알아듣는군료. 하지만 명심하시오. 절대 당신 이름이 드러나면 안 돼요. 모든 것은 '마을 사람들의 자발적인 걱정'으로 보여야 합니다."

백정치는 고개를 숙이며 "명심하겠습니다, 서기님."

박성표는 "가서 어머니부터 만나보세요 그리고 일주일 안에 결과를 보고하시오."

백정치는 "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백정치는 일어나 깊이 절하고 나갔다. 그의 얼굴에는 교활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정치의 손에는 박성표가 건네준 두툼한 돈봉투가 들려있었다. 그 무게감에 백정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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