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달빛서재 (46)

세상 잎에서다

by seungbum lee

“소연 씨, 준비되셨나요?”
문화센터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연은 마이크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연장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책방을 알고 찾아온 사람도 있었고,
그저 ‘조용한 공간의 이야기’에 끌려온 사람도 있었다.



소연은 천천히 무대에 올랐다.
조명이 켜지고,
그녀는 마이크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저는 ‘달빛 서재’라는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소연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처음엔 조금 떨렸지만,
문장을 꺼낼수록 점점 단단해졌다.

“이 공간은,
제가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조용히 등을 밀어준 작은 기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고,
어떤 이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강연이 끝난 뒤,
한 여성이 다가와 말했다.
“소연 님,
오늘 이야기… 제 마음을 많이 움직였어요.
저도 조용히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었거든요.”



소연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 공간은,
어쩌면 당신 안에도 이미 있을지도 몰라요.”

그날 저녁, 책방으로 돌아온 소연은
준혁과 마주 앉았다.

“준혁아.”
그녀가 말했다.
“오늘… 무서웠지만,
너무 좋았어.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게.”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너는 늘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안아주는 사람이야.
오늘은 그걸 세상이 알게 된 날이었어.”

밖은 초가을의 밤공기가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재즈가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세상 앞에 선 용기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했고,
그 마음은 더 넓은 이야기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keyword
월, 화,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