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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위의 도시 (6)

공정과 공평사이

by seungbum lee

같은 시각, 소희는 연남동 원룸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도 대안 보고서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대학 선배인 이준혁이었다. 준혁은 10년 전 소희와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동지였다. 지금은 NGO에서 일하고 있었다.
"소희야, 공청회 잘 봤어. 네 발표 좋았어."
"고마워, 오빠. 근데 결과는 별로야. 결국 최 박사 안으로 갈 것 같아."
"그래도 네가 문제를 제기한 건 의미 있어. 누군가는 계속 말해야 하니까."
"오빠, 나 요즘 헷갈려."
소희가 솔직하게 말했다.




"내가 너무 이상적인 건 아닐까? 현실을 무시하는 건 아닐까? 최 박사 말대로, 내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잖아."
"소희야."
준혁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네가 흔들리면 안 돼. 구조적 불평등은 실재해. 네가 그걸 목격했고, 경험했잖아. 그걸 말하는 사람이 필요해."
"하지만 나도 모르겠어. 어디까지 보상하고, 어디부터 개인의 몫으로 남겨둬야 하는지. 기준이 뭔지."





"완벽한 기준은 없어.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전화를 끊은 소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연남동의 낮은 건물들 사이로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저 불빛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삶이었다. 누군가는 따뜻한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좁은 방에서 내일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소희는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타이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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