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공평사이
포럼 셋째 날 밤, 진우와 소희는 호텔 로비 카페에 마주 앉았다. 이틀 동안 50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은 50명의 이야기를 내일 들을 예정이었다.
"복잡하네요."
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그렇죠. 생각보다 훨씬."
소희도 지쳐 있었다.
"박지원 씨 이야기 들었을 때, 순간 내 방식이 틀렸나 싶었어요."
진우가 솔직하게 말했다.
"노력한 사람의 노력을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사람도 자기 나름의 싸움을 했을 텐데."
"저도 정우성 씨 이야기 들었을 때, 현실을 너무 몰랐나 싶었어요."
소희도 인정했다.
"지방 중소기업의 어려움까지 생각하지 못했어요. 정책이 의도와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는 걸."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카페의 재즈 음악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최 박사님."
소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너무 당신을 공격했던 것 같아요. 당신도 나름의 신념으로 최선을 다한 건데."
"아니에요. 나도 당신을 이상주의자라고 폄하했어요. 당신의 문제의식이 틀린 건 아닌데."
진우도 사과했다.
"우리가 적이 아니었는데, 적처럼 대했네요."
소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게요. 사실 우리 둘 다 같은 목표를 가졌는데."
"더 나은 사회."
"더 공정한... 아니, 더 정의로운 사회."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소희 연구원."
진우가 말했다.
"내가 놓친 게 있어요. 데이터만 보다가, 사람을 못 봤어요. 통계 뒤에 있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저도 놓친 게 있어요."
소희가 대답했다.
"구조만 보다가, 개인의 노력을 폄하했어요. 환경이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데."
"그럼 우리가 합의할 수 있을까요?"
"시도해볼까요?"
두 사람은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밤새 작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