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87)

낯선 자리 익숙한 마음

by 이 범

"낯선 자리, 익숙한 마음"
“소연 님, 무대 준비됐습니다.”
페스티벌 행사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연은 마이크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무대 뒤편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중 몇몇은 그녀의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무대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저는 파주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며
조용한 문장을 쓰고 있는 소연입니다.”




처음엔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그녀가 책방 이야기를 꺼내자
표정이 차분해졌다.




“책방은 제게 숨 쉴 틈이었고, 그 틈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관객들은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고,
어떤 이들은 눈을 감고
그 문장을 마음에 새겼다.
행사가 끝난 뒤,
한 독자가 다가와 말했다.
“책방에 꼭 가보고 싶어요.
그 공간이 제 마음에도 닿을 것 같아서요.”
소연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언제든지 오세요.
그곳은 조용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날 밤, 숙소에서 창밖을 바라보던 소연은
준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책방이 그리워요. 그리고… 당신도.”
잠시 뒤, 준혁에게서 답장이 왔다.
“책방도, 나도 조용히 그 자리에 있어요.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밖은 서울의 밤공기가 차분하게 흐르고 있었고,
소연의 마음엔 익숙한 온기가 조용히 스며들었다.
그날, 그녀는
낯선 자리에서
익숙한 마음을 다시 확인했고,
그 마음은 더 단단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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