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93)

"떠나는 마음, 남겨진 온기"

by 이 범



“소연 씨, 페스티벌 일정표 나왔어요.”
편집자가 보내온 메일엔
작가 토크, 인터뷰, 낭독회까지
빽빽하게 채워진 일정이 담겨 있었다.

소연은 메일을 바라보다가
책방 창가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책방을 며칠 비우는 게…
생각보다 마음이 무겁네요.”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책방은 네가 만든 문장으로 숨 쉬니까,
잠깐 자리를 비워도
그 숨결은 그대로일 거야.”

그날, 두 사람은 책방 구석에
작은 메모를 붙였다.

> “잠시 자리를 비웁니다.
> 그 사이에도 이 공간은
> 조용히 당신의 마음을 기다립니다.”

소연은 짐을 정리하며
책방의 책 한 권을 가방에 넣었다.
그 책은 그녀가 처음으로 펴낸 에세이였다.

“이 책…
페스티벌에서 낭독할 거예요.”
소연은 조용히 말했다.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너의 글이 사람들 앞에 서는 순간,
책방도 함께 그 자리에 있을 거야.
그리고… 나도.”

밖은 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떠나는 마음과 남겨진 온기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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