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속 소녀

by 이 범


지지 않는 노을처럼
사라지지 마라 제발
꽃 모자의 소녀야
그대로가 아름답다.


노을 속 소녀

꽃핀 모자, 붉은 머리

들판 위에 홀로 앉아

두 손 모아 턱을 괴고


어딘가를 바라본다.

찢긴 청바지, 낡은 부츠

세상 다 신고 다닌 듯

노을빛이 물들어도


눈빛만은 맑고 깊다.

저 하늘이 궁금한가

저 바람이 부르는가

작은 가슴 한가득히


담아두는 꿈이 있나.

들꽃들이 둘러서서

말없이도 알아주고

노을 구름 타오르며


함께 울어 주는구나.

어른들은 모른다네

저 눈빛의 무게를요

세상 모든 슬픔인 듯


세상 모든 설렘인 듯.

지지 않는 노을처럼

사라지지 마라 제발

꽃 모자의 소녀야

그대로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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