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200)

다음 계절의 문

by 이 범

"다음 계절의 문"

“소연 님, 책방 5주년이에요.”
청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은…
그동안 책방을 거쳐간 사람들의 편지를
모아 전시하려고 해요.”

소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책방은 평소보다 더 고요했고,
그 고요함 속엔
지난 시간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소연아,
우리가 지켜온 마음이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울림이 되고 있어.”

그날, 책방은 평소보다 더 따뜻했다.
편지 전시를 보러 온 손님들은
각자의 기억을 꺼내며
책방의 시간에 자신을 겹쳐놓았다.

한 편지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 “이 공간은
> 내가 나를 다시 꺼내게 해준 자리였습니다.
> 고맙습니다.”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 “다음 계절의 문은
> 축적된 마음이 조용히 열어주는 길이다.”

저녁이 되어 손님이 모두 돌아간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책방이 이제는
시간을 품은 공간이 되었어요.
그게 참… 고마워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그 시간들이 이어져서
책방이 더 깊어지고 있어.
그리고 그 중심엔…
늘 너와 내가 있어.”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현악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다음 계절의 문 앞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이야기를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달빛서재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