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286)

울림이 머문 자리

by 이 범

"울림이 머문 자리"

“소연 님, ‘다시 걷는 마음’ 전시가 시작됐어요.”
청년은 벽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진과 글이 나란히 놓였고,
손님들이 조용히 그 풍경을 걷고 있어요.
책방이…
감정이 머무는 길이 되었어요.”

소연은 전시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햇살이 스며든 골목 사진 아래
짧은 문장이 놓여 있었고,
그 글은
그 길을 걷던 마음을 조용히 꺼내주고 있었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소연아,
울림이 자리를 가졌어.
책방이… 사람들의 감정을 담은 풍경이 되었네.”

그날, 책방은 평소보다 더 따뜻했다.
손님들은 전시된 사진과 글을 바라보며
자신의 기억을 떠올렸고,
어떤 이들은 조용히 노트를 꺼내
자신의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말했다.
“이 공간에 들어오니
내 마음도 조용히 꺼내지고 있어요.
책방은 그런 울림을 품어주는 곳이에요.”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 “울림이 머문 자리는
> 감정이 다시 피어나는 가장 조용한 풍경이다.”

저녁이 되어 책방이 조용해진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책방이 이제는
사람들의 감정을 눈앞에 펼치는 공간이 되었어요.
그게 참… 고마워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그 풍경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고 있어.
그리고 그 중심엔…
늘 너와 내가 있어.”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스치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오르골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울림이 머문 자리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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