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31)

서영의 귀국

by 이 범

이산갑이 보내준다는 시발택시를 기다리며, 서영은 무심코 손거울을 꺼내들었다. 일본 유학 시절 짧게 자른 단발머리, 서양식 정장 치마와 블라우스, 그리고 시대를 앞서가는 듯한 작은 금테 안경.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더 이상 고향 영광의 수줍던 아가씨가 아니었다.


광주역 플랫폼에 서서, 서영은 낯선 공기와 희미하게 들리는 들리는 기적 소리에 잠시 상념에 잠겼다. 6년 만에 밟는 영광의 땅은 변함없이 자신을 맞이했지만, 그녀 안에선 이미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녀는 새로운 지식과 문물로 무장한 '신여성'이 되어 있었다.
​드디어 낡고 투박한 시발택시가 덜컹이며 다가왔고, 서영은 익숙지 않은 차림으로 힘겹게 올라탔다. 2시간 남짓, 덜컹거리는 시골길을 달리는 동안 차창 밖 풍경은 여전히 정겹고 익숙했지만, 서영의 마음속 풍경은 이미 저 멀리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영광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눈빛은 지난 6년간 쌓아온 변화와 다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가도벽립(街道壁立)의 신작로모습을 보며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은 서영은 차에서 내리자 부쩍 커버린 상돌이 마중나와 서영의 짐을 거들었다.

"서영 양..." 산갑이가 감격스러워했다."산갑 도련님... 아니, 이제는 산갑 씨라고 불러야겠군요." 서영이 미소지었다.

산갑은 반가운 내색을 하며 서영과 함께 안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충헌과 민지영도 마당에 나와 반갑게 서영을 맞았다

서영의 마음속은 이제 조선 여성들의 교육과 계몽에 뜻을 두고 있었다.



3.1 운동에서 고문을 당한 정치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독립운동에 대한 환멸과 절망감으로 인해 그는 점차 친일 쪽으로 기울어졌다."독립? 그런 헛된 꿈은 버려야 해." 정치가 술에 취해 중얼거렸다. "일본이 이기는 거야. 우리는 살아남는 것만 생각해야 해."정치는 이제 일제의 앞잡이 역할을 하며 동네 사람들의 동향을 일본 관헌에 밀고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사람들의 멸시를 받게 되었다."저 놈이 정치냐? 완전히 개가 되어버렸군."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일본놈의 개라는 소리가 귓전을 때릴때마다 정치는 자신에대한 분노를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그는 오늘도 자신만의 자구책을 술로풀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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