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핀연애(5)

건조기 로맨스

by 이 범

옷핀 커플의 건조기 로맨스: 뜨거운 사랑의 시련
장면: 세탁기 모험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다음 날 아침. 주인이 바스켓에서 옷들을 꺼내 건조기에 던져 넣는다. 이번엔 더 위험하다 – 뜨거운 공기가 휘몰아치고, 옷들이 바람처럼 날아다니는 곳. 옷핀 A와 B는 여전히 포개진 채로 티셔츠 주머니 속에 숨어 있다. 건조기 문이 닫히고, '윙~' 소리가 울리며 가열된 공기가 솟구친다. 세상이 뜨겁게, 빠르게 돌아간다.
옷핀 A:
(뜨거운 바람에 몸체가 살짝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에 움찔하며) 야, B! 이건 데이트가 아니라... 지옥 불구덩이잖아! 세탁기 때도 무서웠는데, 이번엔 불에 타 죽을 기세야. 왜 나한테 이런 고생만 시켜?
옷핀 B:
(스프링을 쫙 펴서 A를 더 꼭 안아주며, 뜨거운 공기를 막아주려 애쓰는 척) A야, 진정해! 이건... '뜨거운 사랑'의 시련이야. 불꽃처럼 타오르는 로맨스! 세탁기에서 젖은 우리 몸을 말려주면서,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봐, 이 열기가 우리를 녹여서 하나가 될지도 몰라.




옷핀 A:
(바람에 날아다니는 양말 더미에 부딪히며) 하나가 돼? 너 지금 그 로맨틱한 소리나 치지 말고, 제대로 붙잡아봐! 아악, 또 떨어질 뻔했어! 네 스프링이 없었으면 나 진작에 벽에 부딪혀 찌그러졌을 거야.
(건조기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다. '쿵쿵쿵' 소리가 나며 옷들이 공중제비를 돌고, 뜨거운 바람이 두 옷핀을 이리저리 밀어댄다. A는 헐거운 수건에 매달려 버티고, B는 청바지 허리띠에 꽂혀서 A를 향해 '비상'한다. 열기가 점점 세지며, 그들의 은색 몸체가 붉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그 열기는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서로를 더 단단히 붙잡는 '불꽃'처럼 느껴진다.)
옷핀 B:
(바람을 뚫고 A에게 다가가, 바늘 끝으로 A의 스프링을 살짝 건드리며) 잡았어! 이제 떨어질 일 없어. 이 뜨거움 속에서... 네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져. 세탁기 때는 물에 젖어 차가웠지만, 지금은 이 열기가 우리 사랑을 증명해주는 거 같아. 타오르다 녹아내리더라도, 같이라면 괜찮아.
옷핀 A:
(처음엔 화가 나서 꿈틀대지만, B의 따뜻한 몸체에 기대며 점점 부드러워지며) ...너 진짜, 이런 상황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냐? 솔직히 무서워. 이 열기에 우리 스프링이 풀어지면 어떡해? 하지만... 네 말대로, 이 뜨거움이 나쁘지만은 않네. 마치... 네 마음이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아. 뜨겁고, 세게.
(건조기의 속도가 최고조에 달한다. 옷들이 벽에 쿵쾅 부딪히고, 공기가 '휘이잉' 소리를 내며 회전한다. 두 옷핀은 이제 완전히 엉켜서 – A의 바늘이 B의 스프링을 꿰매듯, B의 몸체가 A를 감싸듯 – 중심에 버티고 선다. 열기가 그들의 연결을 더 강하게 용접하듯 녹여 붙인다. 땀이 아니라, 사랑의 불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환상 속에서 그들은 속삭인다.)
옷핀 B:
(목소리가 살짝 떨리며, 하지만 확신에 차서) A야, 약속할게. 이 시련이 끝나도, 우리 사랑은 식지 않아. 뜨거운 건조기처럼, 항상 열정적으로. 너랑 같이라면, 어떤 불구덩이도 두렵지 않아.
옷핀 A:
(웃음이 섞인 한숨으로) ...바보같이. 나도... 너 없인 못 버틸 것 같아. 이 열기 속에서 깨달았어. 우리, 진짜 운명 커플이네. 다음 데이트는... 에어컨 앞에서 시원하게?
옷핀 B:
(장난스럽게 스프링을 튕기며) 에어컨? 그건 너무 시시해! 다음엔... 오븐 안으로? 진짜 불꽃 놀이 해보자!
(건조기가 '띵!' 소리를 내며 멈춘다. 뜨거운 공기가 가라앉고, 문이 열리며 주인이 옷들을 꺼낸다. 두 옷핀은 이제 완벽하게 말라 포근한 티셔츠 주머니에 안착한다. 그들의 몸체는 약간 구겨졌지만, 연결은 더 튼튼해졌다. 주머니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은은한 열기가 남아 있는 미소를 지어본다.)
옷핀 A:
(부드럽게) 오늘... 또 하나의 추억이 됐네. 뜨거웠지만, 잊지 못할 로맨스야.
옷핀 B:
(자랑스럽게) 당연하지. 우리 사랑은 세탁기, 건조기, 뭐든 이겨낼 거야.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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