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42)

취조실 서영

by 이 범

영광 경찰서 지하 취조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서영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며칠째 제대로 먹지 못해 핼쑥해진 얼굴에는 멍 자국들이 선명했다.


"서영 씨, 아직도 고집을 부리시겠소?"

아유라 형사가 의자에 앉아 서영을 내려다보며 강압적인 취조를 하고았다.



그의 입가에는 냉소적인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학당 건립 자금을 횡령한 것은 이미 증거가 있소. 그리고 조선어를 가르친 것도 마찬가지고."서영은 고개를 들어 아유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횡령이라니... 우리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이 죄란 말입니까?""조선총독부의 교육 방침을 어긴 것이오. 일본어와 일본 정신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조선어를 가르쳤으니 명백한 반일 행위 아니오?"아유라가 손짓하자 순사 두 명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묻겠소. 한도회와의 연관성을 실토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주겠소."서영은 입을 꾹 다물었다."좋소. 그럼 계속해보시오."곤봉이 서영의 등과 옆구리를 내리쳤다. 하지만 그는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다만 이를 악물고 견딜 뿐이었다."조선의 글자를 가르치는 것이 무슨 죄입니까!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문자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반일이라는 겁니까!"

서영이 마침내 입을 열자 아유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더 세게!"매질이 더욱 거세졌다. 서영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꺾이지 않았다."우리... 우리말을... 우리 글자를..."서영이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기침을 하며 피를 토했다. 선홍빛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서영은 어깨를 짓누르는 손아귀의 힘에 이를 악물었다. 통증이 뼈를 파고들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조선의 피가 흐르는 이 몸뚱이가, 저놈들의 손에 무너질 리 없었다.


한도회의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는 순간, 그녀의 가슴속에서 오래된 노래가 울려 퍼지는 듯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그 멜로디가, 고문의 칼날보다 더 날카롭게 그녀를 지탱했다.

"관대하게... 처리해 주신다?" 서영의 목소리가 낮게, 그러나 선명하게 울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아유라의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그 눈동자에는 조선의 산천이, 잊힌 선조들의 한이 스며 있었다. "당신네놈들이 우리 조선인을 '관대'하게 다룬 적이 있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라고? 그건 교육이 아니오.


그건 우리 영혼을 갉아먹는 독이오. 조선어를 가르친 게 반일 행위라면, 그럼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죄인이 돼야 하겠군. 왜냐고?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부르는 게 조선어라고."



순사들의 손이 더욱 세게 조여들었지만, 서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유라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저놈도 알았다. 이 여자가 단순한 교사가 아니라는 걸. 한도회의 그림자가, 그녀의 말 한마디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걸.


"연관성? 웃기지도 않소." 서영이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아는 한도회는, 조선의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오. 당신네 총독부가 짓누르는 이 땅에서, 자유를 외치는 소리요. 나와 연관이 있다고? 그럼 당신네놈들이 먼저 실토해 보시오.


이 식민지의 끝이 언제 오는지. 아니면, 그 끝이 당신들 손에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기다려 보겠소?"

아유라의 손이 책상을 내리쳤다. 방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이... 이 여자! 고집불통의 반역자め! 데려가! 감방에 처넣어라!" 순사들이 서영을 끌어당겼다.


그녀의 발이 바닥을 긁으며 끌려갈 때, 서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기다려라, 동지들아. 이 목숨, 헛되이 버리지 않으마.'

어둠이 그녀를 삼켰지만, 그 안에서 빛이 피어났다. 조선의 새벽이, 멀지 않았다.




취조실 밖, 작은 창문 너머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백정치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이런... 이럴 줄 알았다면...'백정치는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밀고였지만, 동네에서 함께 자란 서영이 고문당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서영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유라가 약속한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린 시절 서영이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취조실에서는 서영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버티고 있었다.
"아직도... 우리 아이들은... 우리 글을 배워야 합니다..."서영의 떨리는 목소리가 백정치의 가슴을 후볐다. 그는 복도 끝으로 걸어가 벽에 머리를 박았다.


'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백정치의 마음속에도 후회의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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