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늘 행복을 미루는 것일까

미래만 준비하다 놓친 것들에 대한 솔직한 고백

by MYMENA

오늘 아침 마주한 2천 년 전의 지혜

이미지 출처 : PEXELS

καὶ οὐκ ἔστιν ὁμοῦ εἶναι εὐδαιμονίαν καὶ τὸ ὀρέξθαι τὸ μὴ ὄν·

ἡ εὐδαιμονία τὸ πάντα θεῖα εἰ βούλεται, καὶ εἰκός,

οὐχὶ καταπεινᾶσθαι οὐκ ἔτι πεινῶν ἢ διψῶν.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하면서 동시에 행복할 수는 없다.

행복이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미 가진 상태이니,

배부른 사람이 더 이상 배고프거나 목마르지 않은 것과 같다."

— 에픽테토스, 『담화록』 3.24.17


이 문장을 읽으며 문득 깨달았다. 나는 평생 "○○이 되면 행복할 텐데"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는 걸.

조금 더 예뻐지면, 조금만 살이 빠지면, 돈을 조금만 더 벌면, 내가 원하는 자리에 오르면, 그러면 행복할 수 있겠지.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지금이 아니어도, 곧 올 내일에는 행복이 있을 거라고. 그래서 오늘은 참아야 한다고. 이건 다 "행복을 위한 준비"라고.


30년째 반복되는 다이어트 다짐

점점 펑퍼짐해지고 있는 내 몸을 바라보며 또다시 다짐한다. "이번엔 정말 빼야지." 하지만 이 말을 입에 달고 산 지가 벌써 30년이 넘었다.


먹고 싶은 건 먹고, 운동은 안 하고... 그러면서 불어나는 살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다이어트해야지. 이 반복의 결과물이 지금의 내 몸이다.


"10kg만 빠지면 정말 행복할 텐데", "살만 빠지면 자신감도 생기고 뭐든 할 수 있을 텐데"... 30년 동안 이런 생각으로 오늘을 유보하며 살아왔다.


이 생각의 연장선으로, 나는 거의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프로필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고 있다. "살 빠지면 찍어야지" 그러면서 지나온 시간이 돌아보니 10년 가까이 되고 있다.


나의 다이어트 선언에 가족들은 웃음으로 답한다. "저 말을 몇십 년째 듣고 있어"하는 표정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갖고 있던 "돈을 좀 더 벌고 모으면"이라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20대엔 월급이 좀 더 오르면, 30대엔 승진하면, 40대엔 내 집 마련하면... 지금도 여전히 "조금만 더"를 외치고 있다.


미뤄온 취미와 꿈들

마음속 깊숙이 넣어둔 기타가 있다. 20대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시간 여유 생기면 배워야지" 하며 30년째 마음속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다. 캘리그래피 펜도, 스케치북과 물감도, 영어회화 교재도, 요가매트도... 모두 시간과 우선순위에 밀려 목록에 있다가 잊힌 것들이다.


"퇴직하면 시간 많으니까 그때 해야지", "아이들이 다 크면 내 시간이 생길 테니까"... 이런 말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그런데 정작 아이들이 다 크고, 퇴직을 한 지금 돌아보니 나는 예상과 달리 더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다 커서 내 품을 떠났고, 부모님 건강은 더 나빠지셨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생겨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체력과 집중력도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정작 시간이 생겼을 때 내가 그 일들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집중력이 지금과 같을까 하는 것이다.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하기, 새로운 언어 배우기... 이런 것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걸 머리가 아닌 마음속 깊이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관절염 등의 문제가 생겨 손가락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기억력도 이해력도 나빠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점점 떨어지는데 말이다.


부모님과의 시간,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까

더 가슴 아픈 건 부모님과의 시간이다. "바쁘니까 나중에", "여유 생기면 더 자주 뵙고", "은퇴하면 효도 여행도 모시고"...


하지만 부모님은 이미 80을 훌쩍 넘어 90을 향하고 계신다. 다리, 허리 등 온몸이 아픈 건 기본이고, 요즘 같은 말씀을 반복하시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생활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내가 "나중에"를 외치는 동안 부모님은 하루하루 더 연로해지고 계신다.


몇 년 전 어머님 뇌혈관 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하룻밤을 새우며 생각했다. 내가 그토록 바빴던 일들이 정말 가족들과의 시간보다 중요했을까? "시간 나면"을 반복했던 나를 돌아보니 너무 부끄러웠다.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내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여유가 생겨도 부모님의 건강과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미래 청사진에 없던 현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이 은퇴했다. 학교 졸업하고 바로 회사생활을 시작해서 성실하게 일해온 사람이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허리디스크가 생겼는데, 수술을 계속 미뤄왔다고 했다.


시간에 대한 부담(휴가 사용의 어려움), 수술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 금전적인 부담... 이런 이유들로 "나중에, 여유 있을 때, 은퇴하고 나서"라며 계속 참고 버텼다고.


그런데 은퇴하고 한두 달 후, 참을 수 없어 결국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이후가 더 문제였다. 디스크 수술 후 임플란트 시술, 백내장 진단 및 수술, 당뇨 진단, 간수치 위험... 온몸에 이상 증상들이 연달아 나타났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가 그토록 열심히 준비했던 은퇴 후의 여유로운 삶, 건강한 노후... 그 어떤 미래 청사진에도 이런 상황은 들어있지 않았을 텐데.


여기저기 아프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남겨진 시간을 고통으로 채워야 한다는 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 지금처럼 운동 안 하고, 젊었을 적 삶의 패턴에 따라 열심히 살다가 지금보다 더 나이 먹어서 모아놓은 돈을 병원비로 오랫동안 쓰게 되는 건 아닌지... 생각만 해도 싫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고, 현재 많은 어르신들이 장기간 병원 신세를 지며 세상을 떠나고 있지 않나.


들어본 바로는 미국 노인들은 최대한 본인 집에서 살다가 요양원에 가도 평균 1년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노인들은 그보다 훨씬 길다고 한다. 평생 모은 돈이 병원비로 사라지고, 가족들은 간병에 지쳐가고, 본인은 침상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이게 내가 그토록 열심히 준비한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현실이 섬뜩하다.


나의 미래 청사진은 안전할까?

문득 나 자신을 돌아봤다. 과연 나는 미래 청사진에 이런 돌발 상황을 넣어뒀을까?

체력이 약해지고 힘이 달려도 은퇴 후에는 여행도 다니고, 취미생활도 하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부모님께 효도도 제대로 하고... 그런 장밋빛 미래만 그려왔다.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건강 악화, 예상치 못한 의료비 지출,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악화 같은 건 외면한 것 같다. 지금의 건강 상태가 계속 갈 거라는 오만한 믿음이 생각의 밑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지금 내 몸도 이미 여기저기 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나. 30년간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몸, 일에 쫓겨 스트레스와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제때 쉬지 못한 몸... 이 몸이 70세까지 건강하게 버텨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50이 넘어도 계속 진행 중인 "나중을 위한 준비"

어느새 50을 훌쩍 넘었다. 문득 돌아보니 참 이상했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겠다며 현재를 희생해 가면서 살았던 그 모든 날들의 결과가 언제를 위한 것인지 의문점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해 온 미래가 은퇴 이후 지금부터 시작이어야 하는데, 나름대로 노후를 생각해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았지만, 막상 돌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손에 없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체 내가 바라봤던 그 미래는 언제쯤일까?


들어본 바로는 미국 노인들은 최대한 본인 집에서 살다가 요양원에 가도 평균 1년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노인들은 그보다 훨씬 길다고 한다. 평생 모은 돈이 병원비로 사라지고, 가족들은 간병에 지쳐가고, 본인은 집상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이게 내가 그토록 열심히 준비한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현실이 섬뜩했다.


50이 넘어서야 스스로 들여다보는 것들

오랫동안 다이어트를 말로만 하면서도 정작 먹고 싶은 건 다 먹고살았다는 건, 사실 나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살만 빠지면 행복할 텐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금의 나는 늘 스스로 못생기고 뚱뚱한 사람으로 만들어왔다.


돈도 마찬가지다. 사회초년생 때부터 지금까지 "조금만 더 벌면", "조금만 더 모으면" 하면서 정작 지금 가진 것으로는 행복할 생각을 안 해왔다.


취미도, 부모님과의 시간도, 건강 관리도... 모든 걸 "나중에"로 미뤄왔다. 요즘 주변분들의 상황을 살펴보니, 늙고 병든 육체가 먼 미래가 아니라 곧 가까이에 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바로 옆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건강이 무너지면 돈은 병원비로, 시간은 치료와 회복으로 모두 사라진다. 그리고 정작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몸과 마음도 예전 같지 않고 자존감, 자신감은 바닥을 칠 것이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다시 세어봤다. 여러 이상증세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건강한 몸,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 일자리,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건강한 정신, 아직 살아계신 부모님...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는 행복일지도 모른다.


특히 지금 이 순간 큰 아픔 없이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 부모님,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이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를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나중의 행복"을 위해 미뤄왔던 것들 중에,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의 여행, 친구들과의 만남, 좋아하는 일에 시간 투자하기, 부모님께 살갑게 대하기, 새로운 취미 시작하기... 이런 것들을 조금의 노력을 통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50이 훌쩍 넘어서야 묻는 질문

50이 훌쩍 넘어서야 나에게 스스로 얘기하게 된다. 정말 중요한 건 "언제 행복해질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미래는 우리가 계획한 대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오랫동안 미뤄온 것들을 돌아보니, 사실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건 극단적인 변화가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꾸준한 관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미뤄온 기타도, 그림도, 새로운 언어도... 지금 시작하면 70세가 되었을 때 15~20년의 경험이 쌓여있을 텐데, 70세에 처음 시작하는 것과는 천지차이가 아닌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중년들에게

이 글을 읽고 계신 중년의 부모님들, 우리 이제 정말 솔직해지자.


건강한 몸으로 여행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나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


지금이라도 운동하자. 헬스장에 가거나 등산을 하거나, 아니면 집 앞 공원을 산책하는 것부터라도.

지금이라도 여행하자. "돈 아껴야지", "나중에 시간 나면" 하며 미뤄왔던 그 여행들을 건강할 때, 다리가 아프지 않을 때, 장거리 비행도 견딜 수 있을 때 가자.


지금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 미용실에서 머리도 예쁘게 하고, 좋아하는 옷도 사 입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애들 다 키워놓고", "집안일 다 해놓고"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가 그토록 아끼고 모아 온 돈과 시간이 병원비와 치료비로 사라지기 전에, 우리 자신을 위해 쓰자. 그게 우리가 평생 열심히 산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고, 가족들이 진짜 원하는 우리 모습일 테니까.


행복은 정말 지금 여기에 있다. 건강한 지금, 자유로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지금.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이렇게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전하는 가장 소중한 교육일 것이다.


엄마 아빠가 먼저 살아보니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 지혜를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해주자.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고, 가족이 함께 있을 때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미루지 말라고. 특히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과의 시간은 정말 한정되어 있으니, 나중에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꿈을 꾸고 목표를 세우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목표 때문에 현재의 소중함을 놓치지는 말라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가까운 시일 내에 배우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지금 만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했으면 좋겠다고. "나중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여유롭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늦었지만 시작하는 다짐

나도 이제 조금씩 바꿔보아야겠다. 오랫동안 미뤄온 건강 관리를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해보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꾸준히, 극단적이지 않아도 지속 가능하게.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둔 기타도 꺼내 봐야겠다. 70세에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는 지금 시작해서 70세에 15년 경험자가 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여유 있을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함께 나누며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 특히 부모님께는 한마디라도 더 말을 걸고 안부를 여쭙고,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

50이 넘어서야 깨닫는 게 조금 늦은 것 같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보니 지금이라도 바뀌어야겠다는 절실함이 든다.


행복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다. 건강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이 순간에도 말이다.


내일도, 모레도, 우리가 이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함께 살아가길 바란다. 미래를 준비하되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 그런 지혜로운 삶을 함께 배워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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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와 자신의 30년간 미뤄온 일들을 돌아본 50대 중반 부모님의 깨달음.

미래 청사진에 없던 현실 앞에서 느끼는 경각심과 현재의 소중함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리고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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