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마음에 걸림없이

by 박엘리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서,

뒤바뀐 헛된 생각을 멀리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며,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최상의 깨달음을 얻느니라.

- 반야심경






마음에 걸림이 참 많은 날들입니다. 마음에 걸림이 많아서 두려움도 많아졌습니다. 곤히 잠든 밤, 새벽 일찍 눈 뜨기 일쑤고, 밥을 먹지 않아도 꼭 체한 기분입니다. 어깨는 돌덩이처럼 굳어 뒷골마저 당기는 느낌입니다.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이야 없겠지만은, 최근에는 고민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저는 과긴장 상태로 보입니다. 특별히 어떤 사안이 일어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불안하고 긴장되고 마음이 흔들립니다. 과긴장은 회사에서 특히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 처음 맡게 된 업무가 아직 낯설고, 처리 진행 과정에서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부서의 전화 소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으면서 전화받기 일쑤입니다. 과긴장 상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긴장된 상태에서 작은 실수를 더 하게 되고 부정적 피드백이 다시 반복될수록 긴장도는 더욱 올라갑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과긴장은 계속 이어집니다. 회사일은 회사일, 집안일을 집안일로 분리해지 못하고 집에서 회사일이 떠올라 갑자기 욱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갑자기 욱해진 마음이 가족을 향해 고함을 치기도 하고, 아이들은 순식간에 얼어붙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아이들에게 화내서 미안하다고도 해보지만, 이내 반복되는 횟수가 잦아듭니다.


최근 저는 많은 고민들로 제 스스로 압도당하는 기분입니다. 꽁꽁 숨어버리고 질식할 것만 같습니다. 회사일, 이사, 아이들 교육, 교내 학교일까지 수년에 걸쳐 일어나야 할 일들이 도무지 한 번에 몰려 저를 혼란스럽고 괴롭게 합니다. 올해 제가 삼재라는군요. 삼재 탓도 해봅니다.


과긴장이라고 하는 단어를 알게 되고, 제가 과긴장 상태라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두려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처리 등을 반복적으로 머릿속에 그리면서 주중, 주말 상관없이 긴장이 지속되었습니다. 나의 결정과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이 늘게 되면서 특별히 오늘 당장 어떤 일을 하지 않아도 에너지는 이미 바닥입니다. 체력도 기력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나마 유산소운동하며 넷플릭스 드라마 보던 저녁시간 1시간도 최근에는 없었습니다. 스트레스는 해소되지 않은 채 쌓이고, 몸과 마음은 과긴장 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일은 한 건 한 건 처리해 가며 불안도를 낮추고 있고, 집안의 일도 하나하나 처리하려고 노력해 봅니다. 불안에 잠식된 저를 끌어올리는 방법 역시 제가 해야 하는 일들이니 이내 마음을 추슬러봅니다.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림 없이 편하게 잠들 수 있는 날이 정말 행복한 날이라는 것을 몸소 느낍니다. 여러 고민이 한꺼번에 물밀려 오듯 할 때, 고민에 잠식되지 않고 저를 지켜야 하는 것도 제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과긴장 상태에서 저를 온전히 지켜내는 것도 제가 할 일이니까요.


이리저리 뒤척이며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은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입니다. 마음에 걸림 없는 날을 위해 마음의 짐을 글로나마 잠시 내려놓습니다. 쉬이 살고자 하는 마음 간절하나, 쉬이 살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마음을 다 잡아봅니다.


마주한 두려움이 진짜 두려움인지 가짜 두려움인지를 파악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해 봅니다. 허상의 두려움 때문에 현실의 하루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긴 터널 지나면서 이제 마음의 짐을 하나씩 내려놓습니다. 마음에 걸림 없이 온전한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아지길 기도해 봅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