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시대가 돌아왔을 때,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친중 경사(傾斜) 외교와 국가 소유권의 위기

by 엠에스

<제국의 시대가 돌아왔을 때,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 친중 경사(傾斜) 외교와 국가 소유권의 위기


미·중 신냉전 구도에서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사태는 한 남미 국가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21세기 국제질서가 다시금 제국의 문법으로 회귀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미국은 마두로 체제를 무너뜨리며 “민주주의”와 “범죄 처벌”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오래되고 냉혹한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소유와 통제, 제국의 본질이다.


트럼프는 현재의 국제 규범 해석에 결코 망설임은 없었다. 많은 이들이 “역사가 돌아왔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추상적인 역사가 아니다. 핵심 자원과 산업, 금융을 둘러싼 소유권 전쟁이다. 군주의 혈통이 바뀌며 영토가 이동하던 봉건적 제국 전쟁은, 오늘날 지분과 환율, 금융시장과 공급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본주의 제국 전쟁으로 진화했을 뿐이다.


베네수엘라의 실패는 ‘반미’의 실패가 아니다


베네수엘라가 몰락한 이유를 단순히 “반미 노선의 실패”로 치부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문제는 반미를 선택할 능력과 구조가 없었음에도 반미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제국과의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적대가 아니라 오판이다.


석유라는 전략 자산을 가진 국가가 산업·금융·통화·국방의 자율성을 상실한 채 이념적 자존심에만 매달릴 때, 그 결과는 언제나 같다. 민중은 지치고, 국가는 고립되며, 결국 외부 제국의 ‘개입’을 자초한다. 베네수엘라 민중이 다시 미국을 바라보는 이유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때문만이 아니다. “그래도 그때는 굶지는 않았다”는 절망적 회상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친중 경사, 왜 위험한가


문제는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를 “실용 외교”라 부르지만, 현재 미·중 신냉전 구도에서 위험할 정도로 친중으로 경사된 행보로 보일 수 있다. “셰셰 외교”라는 상징적 언어는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라, 제국의 관점에서 ‘신뢰 불가’ 신호로 읽힌다.


제국은 우방에게 관대하지만, 의심스러운 동맹에게는 가차 없다. 미국은 더 이상 “가치 확산”이라는 이상주의에 매달리지 않는다. 트럼프가 보여주는 세계관은 분명하다.


말 안 들으면 통제하고, 필요하면 소유한다.


대한민국의 반도체와 조선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이는 미국 제국 질서에서 생명줄에 해당하는 전략 자산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것”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 굳건한 동맹에 대한 신뢰였다. 그 신뢰가 흔들릴 경우, 미국은 투자 압박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분, 금융, 환율, 규제, 정보—통제의 수단은 무궁무진하다.


IMF는 과거가 아니라 예고편이다


한국은 이미 한 번 이를 경험했다. IMF 외환위기는 단순한 경제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금융 주권이 무너질 때 국가 소유권이 어떻게 이전되는가를 보여준 교과서였다. 환율 폭등은 곧바로 주식시장 바겐세일로 이어졌고, 핵심 기업의 소유 구조는 외국 자본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지금의 상황은 더 위험하다.

이미 과도하게 팽창된 통화량

기업 퍼포먼스 대비 저평가된 코리아디스카운트

국민연금을 동원한 환율 방어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외교 신호


이 조합은 제국의 눈에는 “통제해도 되는 국가”로 읽힐 수 있다.


보수와 진보 모두의 실패


문제는 진보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보수 진영 역시 제국의 문법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회주의적 친중 행보를 반복해 왔다. 동맹은 선택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인데, 한국 정치 엘리트들은 이를 내치용 레토릭으로만 소비했다.


반미를 외치는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몰락을 보고도 반성하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을 이겼으면 좋겠다”는 유치한 소망이, 국가 전략을 대신할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제국의 세계에서 소망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직 힘의 구조와 위치만이 존재한다. 이 경우 미국의 협조로 그나마 누려온 반도체, 배터리, 조선업 등조차도 중국의 추격으로 산업전반이 잠식당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헤미아와 대만, 그리고 한국


30년 전쟁의 출발점이었던 보헤미아는 유럽의 산업 심장이었다. 은광과 공업, 금융이 결합된 그 땅을 둘러싸고 제국들은 종교를 명분 삼아 전쟁을 벌였다.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그 보헤미아의 자리는 대만이다. 그리고 그 전역의 후방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당시 독일 땅이 전장이 되었듯, 지금 동아시아는 제국 경쟁의 전면이다. 이 전쟁은 아직 총성이 적을 뿐, 이미 금융과 산업, 외교의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결론: 제국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각성이다


제국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감정적 반미도, 맹목적 친미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제국의 속성을 직시하는 냉정 함이다. 제국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다만 소유와 통제를 확장하려는 존재일 뿐이다.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친중 경사에서 벗어나 균형과 냉정을 지키고

동맹의 가치를 재인식하며

금융과 산업의 소유 구조를 방어하고

정보기관과 국방의 정상화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 한국에 켜진 것은 단순한 경고등이 아니다. 레드 얼럿이다. 제국의 확장 실행은 예고 없이 오지 않는다. 언제나 정치의 무지와 오판을 발판으로 삼아 찾아온다.


베네수엘라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다음 사례는 어디든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