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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라 Aug 19. 2021

꼭 이 닦고 자!

일상 이야기 (8)

나의 아빠는 건치셨다.

그래서 늘 우리 삼 남매에게 아빠 닮아서 치아가 예쁘다는 공치사를 더러 하셨다.

어릴 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토끼 이 처럼 대문 이가 큰 친구도 있고, 귀엽게 덧니가 난 친구도 있었기에 그런 친구들이 부러웠던 나는

치열이 고른 것은 당연한 건 줄 알았다.

그러던 나였기에 치과를 다닐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나의 앞니가 살짝 마분지 한 장 정도의 틈이 생겼고, 큰 문제없다 생각하고 놔둔 것이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보는 이들 마다.

"아이고 앞니 벌어지면 돈이 새 나가는데 빨리 메워야겠네~"

라는 말을 했고, 간간히 돈이 궁할 때면 나는 거울로 앞니를 노려봤다.


가난했던 유년시절, 치과에서 이를 뽑은 적이 없었다.

다행히 충치가 없어서 치과를 다닌 적도 없었고, 사고로 이가 나간 적도 없었던 나에게

치과를 가는 일은 엄청난 일이었다.

치과만 가면 돈 백만 원 넘게 나오는 줄 알았던 나는 단 한 번도 앞니 사이를 매울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어떤 후배가 십수 년 전에 나에게 한 말이 내게 충격이었다.

"작가님은 내가 유명해져서 돈 벌면 꼭 앞니 해드릴게요"

그때 알았다. 벌어진 앞니가 얼마나 보기 싫은 건지


그리고 그때부터 내 이는 충치가 생기고 또 빠지고, 치통으로 약을 달고 살았다.

돈이 들어와서 치과 갈 형편이 되면 일을 해야 했고, 일을 다 마무리 짓고 이제 시간이 여유로워지면

주머니가 빈곤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가 삼 년 전, 미치게 가난했고 힘들었던 그 순간,

나는 앞니를 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큰 지출에 아낌없이 카드를 내어주는 후배 놈에게 말했다.

"나 돈 좀 줘~"

"어디다가 쓰게요?"

"이를 해야 할 거 같아! 아무래도 내가 가난한 게 앞니가 벌어져서 인 거 같아

그리고 이게 자꾸 더 커져. "

실제로 그 당시에 마분지 크기의 치아 틈이 치아 반개 정도의 사이즈로 벌어져 있었다.


지루 코니아라는 것을 했고. 아래위로 다섯 개를 했다.

삼백만 원 정도 들여서 지인 할인까지 받아서 한 치아.

그때부터 치아를 너무 갈아서 그런지 밥을 먹고 나면 치아 표면과 사이에 끼는 이물질 때문에

친하지 않은 이와 밥 먹는 것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그 이를 해 넣고 난 뒤

내게 아주 큰돈이 들어왔다.

처음이었다. 후배에게 야 그때 그 돈. 갚을게 라고  한 적은

난 후배에게 늘 먹튀였었고 후배는 내게 무언가를 해주면서 받으려고 한 적이 없었는데

그때는 내가 무조건 그 돈만은 다시 돌려주었다.

뭔가 그 치료때문에 돈이 들어 온 것 같았기에


그리고 삼 년 뒤.... 지금.

충치로 빠진 임플란트 빈자리 때문인지 마지막 치아가 흔들려 뽑고 결국은 임플란트 4개를 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임플란트 3개와 뼈를 채운 뒤 올리는 치아까지. 아무튼 도합 4개이다.


십 년 전부터 내가 하는 말이 있다.

마흔이 넘어 이성을 만날 때 몇 가지를 유념해서 봐라

말을 하는 것으로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고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의 청결함을 알 수 있고

치아를 보면 그 사람의 재력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그 세 가지의 잣대로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면

나 또한 평균 이하의 사람이다.

인격도, 청결함도 재력도.


크면서 엄마를 원망했다.

엄마의 부재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자기 전에 꼭 이를 닦아라, 이 닦는 것을 게을리하면 큰돈이 든다.라고 말해주던 이가 없었다.

하루에 네다섯 번의 칫솔질을 하지만 음료수와 담배를 달고 살고,

자기 직전까지 글을 쓰다가 잠드는 나의 습관 때문에 정작 잠자기 전 이를 닦는 습관이 없었던 나의

말로는 바로 딱 요 모양이다.


월요일이면 임플란트를 하러 가야 한다.

나사를 박는 작업.

이번 스케일링은 하고 난 뒤  통증이 있었다.

아마도 무너져 가고 있는 잇몸이 헐어서 그런가 보다.

이가 아프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인사돌 광고를 몇십 년째 보면서

저걸 누가 사 먹길래 저렇게 광고를 하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인사돌을 사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가탄인가 인사돌인가를 주변인들에게 묻기까지 했다.

심지어 치간칫솔을 들고 다니며 수시로 정리하는 나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고깃집에서 나오는 아저씨들이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나오면서

눈살을 찌푸렸던 나를 반성했다.



그렇다. 나이가 드니

나는 석류와 아마씨를 찾고

내 남사친들은 전립선 약을 찾고

그리고 우리는 인사돌과 이가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마도 다음 주 월요일에는

누워서 오만가지 후회를 할 것이다.

먹고 난 뒤 바로 칫솔질을 하지 않았던 나의 습관

담배를 피기 때문에 만 원짜리 미백치약을 살 줄만 알았지 정작

자기 전에는 그냥 자버렸던 나의 습관

돈과 통증이 무서워서 치과 가길 두려워했던 나의 무지함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모습에 책임져야 할 나이라고 하는데....

마흔이 넘어서 나를 돌아보니...

나는 정말 무책임한 삶을 살았다.


딸에게 톡으로 뜬금없이..... 말했다

꼭 이 닦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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