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글쓰기-중학생>
마음 한켠에 짐으로 남겨두었던 집 정리를 시작했다.
거실 큰 장에는 몇년을 묵혀 둔 잡동사니들이 많았다.
보통 정리하다보면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다 시간이 흐르고,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 다시 넣어서 짐이 줄어들지 않는 게 흐름이었는데
이번에는 짐도 많이 줄고 속도가 붙었다.
웬만한 물건들이 고민없이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건 바로 둘째가 중학교에 가기 때문이었다.
혹시 쓸지 몰라 놔둔 색연필, 자, 스케치북, 물감 등이 여러개 쌓여 있었는데
중학교에 간 첫째가 2년 동안 한번도 그런 학용품을 찾은 적이 없었다.
정리하다 첫째에게 물었다.
"색연필, 싸인펜 같은 거 중학교 가서도 쓰나?"
"싸인펜은 안쓰고 색연필은 가끔 필요해요."
"그런데 왜 안가져갔어?"
"저 쓰고 있어요. 알아서 가져가죠"
"그럼 물감은?"
"친구한테 빌려 썼어요. 아! 맞다! 3학년 땐 미술과목이 없어요. 버리셔도 돼요"
둘째는 쓸지도 모르니 물감과 팔레트 하나만 남겨 놓고 많던 색연필들과 싸인펜, 크레파스들을 다 버렸다.
중학생은 이런 거였다.
준비물이 필요하면 그냥 알아서 가져가고, 친구꺼 빌려서 대충 쓰고
학년에 통째로 한 과목이 없고
2년 동안 보호자는 알림장 확인 없이 아무것도 몰라도 아이의 학교 생활이 가능한,
양육에서 한발 물러 서 있어도 되는 것.
다음 날 둘째 방을 정리했다.
이번에는 거실보다 쓰레기 봉투가 많이 필요했다.
둘째는 중학생이 되니 마음이 달라졌는지 절대 버리지 말라고 했던 것들을 버리라고 했다. 의심이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니 이제는 본인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레고들, 포켓몬 카드, 보드게임. 크기가 작은 방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들을 비워내니 방이 조금 커 보였다.
둘째는 학원 다녀와서 기쁨에 차서 나를 꼭 안아주는 행동까지 보였다.
그리고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아직 키도 작고 젖살이 빠지지 않은 둘째는 마냥 애기 같았다.
아빠가 잠이 예민하다는 이유로 둘째가 나와 같이 잤었는데
깨끗해진 방을 보더니 앞으로 자기 방에서 자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코미디 같은 거짓 우는 시늉을 하며 이제 엄마와는 안녕이라고 말했다.
냉소적이고 공감 능력이 제로여서 사회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던 6학년이었는데,
요 근래 갑자기 의젓해지고 잘 웃어넘기고, 토를 달지 않는 모습에
'이 녀석이 정말 컸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냥 초등에서 중으로 이름만 바뀌는 건 줄 알았더니
아이들 성장에 맞춰 교육편제가 바뀌게 전문가들이 고민해서 만들어놓았나 보다.
이렇게 자라 곧 내 곁을 떠나겠구나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일반적인 흐름에 맞게 잘 자라고 있구나 안심도 된다.
본인에게 다가올 사춘기가 기대되는지 둘째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혹시 제가 사춘기 되서 방 문 닫고 안나오고 그래도 서운해 하지 마세요."
지금도 방문 닫고 잘 안나오는데 본인은 잘 모르나 보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며 사춘기가 지나가고 있다.
내년이면 첫째가 중학교를 졸업한다.
그땐 또 어떤 변화가 기다릴지 기대된다.
<고등학생>이라는 주제를 받으면 내 글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