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쿼녹스 EV/출처-쉐보레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쉐보레가 이변을 일으켰다. 현대차를 제치고 브랜드 순위 3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테슬라와 포드가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쉐보레의 급부상은 판매 증가 이상의 함의를 담고 있다. 연방 보조금 축소와 관세 불확실성이 얽히며 혼전 양상으로 접어든 미국 전기차 시장의 구조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2025년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성장해 총 29만 6227대가 판매됐다. 전체 신차 시장의 7.5%를 전기차가 차지하며 점유율 역시 소폭 상승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쉐보레의 판매 급등이다.
이쿼녹스 EV/출처-쉐보레
쉐보레는 전년 동기 대비 114.2% 증가한 1만 9186대를 판매하며 작년 7위에서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이는 가성비를 앞세운 신차 ‘이쿼녹스 EV’의 돌풍 덕분이다. 이 모델은 1만대 이상 판매되며 쉐보레의 성장세를 견인했다.
한편 현대차는 5.1% 증가한 1만 2843대를 기록했지만 시장 평균 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며 브랜드 순위 6위로 밀려났다. 기아는 오히려 24.1% 감소한 8656대를 기록, 순위가 8위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혼다는 ‘프롤로그’라는 단일 모델만으로도 9561대를 판매하며 7위에 올랐다. GM과 기술 제휴를 통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이 모델은 일본 브랜드의 존재감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BMW는 ‘i4’, ‘iX’의 선전으로 1만 3538대를 판매하며 4위에 올랐다. 독일 브랜드 중에서는 유일하게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전통 강자인 테슬라는 여전히 12만 8100대를 판매하며 1위를 고수했지만, ‘모델 Y’의 부진으로 인해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모델 3’는 오히려 70.3% 증가한 5만 2520대로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브랜드 전체 점유율은 43.5%로 하락했다.
모델 Y/출처-테슬라
2위 포드는 ‘머스탱 마하-E’의 꾸준한 수요로 2만 2550대를 판매하며 작년보다 11.5% 증가했다.
3위 경쟁에서는 극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리비안은 37.1% 하락한 8553대에 그치며 9위로 밀려났고, 쉐보레가 그 자리를 꿰찼다.
쉐보레에 이어 BMW(1만 3858대), 혼다, 현대차, 기아 순으로 이어지며 기존 3~5위권 브랜드들이 모두 순위 변동을 겪었다.
머스탱 마하-E/출처-포드
각 모델별로는 테슬라 ‘모델 Y’(6만 4051대)가 여전히 1위였지만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어 ‘모델 3’, ‘머스탱 마하-E’(1만 1607대), ‘이쿼녹스 EV’, ‘프롤로그’, ‘아이오닉 5’(8611대)가 뒤를 이었다.
연방 세금 감면 혜택 축소와 전기차에 대한 관세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이 ‘위기 속 구매’를 선택했고, 이에 따라 판매 구도가 요동친 것으로 보인다.
쉐보레의 부상은 행운이 아니었다. 이쿼녹스 EV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동시에 GM이 보유한 전기차 플랫폼 기술을 안정적으로 적용한 모델이다. 세금 혜택이 유지되는 기간에 맞춘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 외에는 이렇다 할 반등 요소를 찾기 어려웠고 기아는 전체 라인업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EV9, EV6, 니로 등 주력 전기차 모델 모두 판매 감소를 기록한 점은 브랜드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보여준다.
EV9/출처-기아
BMW와 포르쉐는 고급화 전략을 바탕으로 각각 26.4%, 3배 이상 판매를 늘리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반면 메르세데스는 파격적인 리스와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58.3%나 감소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앞으로의 변수는 정책이다. 콕스오토모티브는 “2분기 이후에도 신차 효과와 인센티브 감소가 맞물리는 가운데,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장 변동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각 브랜드는 더욱 전략적인 제품 라인업과 가격 책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1분기 성적표는 단지 쉐보레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세력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가성비 모델로 급부상한 쉐보레, 단일 모델로 존재감을 드러낸 혼다, 반대로 하락세를 보인 현대차와 기아의 대조적인 성적은 시장 내 경쟁 구도가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보여준다.
이쿼녹스 EV/출처-쉐보레
정책 변화, 가격 전략, 제품 다변화가 맞물리며 앞으로의 시장은 더욱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쉐보레의 질주는 단기 반짝인지, 혹은 새로운 주도권 경쟁의 서막인지는 2분기 이후 시장이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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