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탱/출처-포드
포드가 2027년 출시 예정인 3만 달러(한화 약 4140만 원) 전기 픽업트럭을 공개하며 전기차 시장에 또 다른 전환점을 예고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조립공장에서 열린 발표 행사에서 포드는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과 조립 방식을 공개하며, 이 차량이 “머스탱보다 빠르다”고 주장했다.
기존 픽업트럭의 틀을 넘어선 이 새로운 전기차는 경쟁사들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포드가 공개한 신형 전기 픽업트럭은 기존 전기차 개발 방식을 근본부터 재설계한 결과물이다.
포드 CEO 짐 팔리(Jim Farley)는 이 차량을 “모델 T 이후 가장 큰 전환점”이라며 “전기차의 가격 장벽을 허물고, 성능과 다기능성을 갖춘 차세대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포드 3만 달러 전기 픽업트럭 개발/출처-포드
해당 트럭은 포드의 루이빌 조립공장에서 생산된다. 현재 포드의 대표 모델인 F-시리즈 슈퍼듀티 트럭도 같은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다.
차량의 첫 번째 모델은 픽업트럭 형태로 출시되지만, 이후 SUV, 세단 등 다양한 바디 스타일로 확장될 예정이다.
팔리는 이 차량이 “머스탱 트윈터보보다 빠르다”고 강조했다. 머스탱 트윈터보는 실제 판매 중인 모델은 아니며, 기본형 에코부스트 머스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5초 이내 제로백 성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전기 픽업은 고성능 전기차 수준의 가속력을 예고했다.
머스탱/출처-포드
차량 내부는 RAV4보다 넓은 승객 공간을 제공하며 트렁크 역할을 하는 ‘프렁크(frunk)’와 후면 적재함을 동시에 갖출 전망이다. 또한 전력 공급 기능도 적용돼 정전 시 최대 6일간 가정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포드는 밝혔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핵심은 포드의 새로운 제조 방식이다. 짐 팔리는 전통적인 ‘조립 라인’ 방식에서 벗어나 ‘조립 트리(Assembly Tree)’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조립 방식은 차량을 직선으로 흐르는 생산 라인에서 순차적으로 조립해 나갔지만, 이번에는 차량을 세 부분(전면, 후면, 구조 배터리)으로 나누어 병렬적으로 조립한 뒤 마지막에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는 차량 제조 속도를 최대 40%까지 단축시키고, 다양한 차종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새 전기차는 부품 수를 약 20% 줄이고, 패스너는 25% 줄이며 전기 배선 길이도 4천 피트(약 1.2km) 감소시킨 구조를 가진다. 포드는 이같은 구조 변화가 차량 무게와 복잡도를 줄여 생산성과 유지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포드 유니버설 EV 플랫폼 전략/출처-포드
포드의 최고 전기차∙디지털∙디자인 책임자인 더그 필드(Doug Field)는 “앞으로는 대시보드나 대형 부품을 좁은 문을 통해 집어넣을 필요 없이, 각 구성 요소를 병렬로 조립한 후 결합하게 될 것”이라며 제조 과정 자체가 혁신된다고 말했다.
이번 차량은 단순한 신차 발표를 넘어, 포드의 향후 전략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델이다. 포드는 이 차량을 시작으로 모든 차종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포드 유니버설 EV 플랫폼(Ford Universal EV Platform)’을 본격 도입한다.
이를 위해 포드는 총 50억 달러(약 6조 9020억 원)를 투자하며 이 중 20억 달러(약 2조 7600억 원)는 루이빌 조립공장 개조에, 나머지는 미시간주의 블루오벌 배터리 공장과 R&D에 투입된다.
이 플랫폼은 비용을 줄이고 정비를 단순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구조 배터리에는 미국 내에서 처음 생산되는 리튬인산철(LFP) 각형 배터리가 사용된다. 해당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작고 가벼우며 희귀 금속인 코발트나 니켈이 필요하지 않다.
포드 유니버설 EV 플랫폼 전략/출처-포드
포드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부 인센티브가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짐 팔리는 “자동차 산업은 수많은 실패한 보급형 차량의 무덤 위에 서 있다”며 “이제는 손실을 감수하는 컴플라이언스 카(compliance car) 시대를 끝내고,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춘 전기차를 내놓을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