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의 복권 소비 / 출처 : 연합뉴스
복권이 더 이상 서민의 작은 위로만은 아니게 됐다. 통계는 고소득층이 오히려 복권에 더 많은 돈을 쓰는 반전의 흐름을 보여줬고, 저소득층은 생활고로 복권조차 줄이는 씁쓸한 현실을 드러냈다.
한때 ‘서민의 꿈’이라 불렸던 복권이 경기침체와 집값 불안 속에서 부자들의 지갑을 더 열게 만드는 또 다른 양극화의 풍경이 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복권 구매 가구의 평균 지출액은 7683원으로 지난해보다 5% 가까이 늘어났다.
고소득층의 복권 소비 / 출처 : 연합뉴스
눈에 띄는 점은 소득 상위 20%의 지출이 전년 대비 20% 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소득이 많을수록 복권 지출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여유로운 지출’로만 보지 않았다. 인하대 이은희 교수는 “경제가 답답하고 미래 전망이 어둡다는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성대 김상봉 교수 역시 “월급만으로는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이 한탕주의적 기대를 키웠다”고 말했다. 부유층이 복권을 통해 미래의 불안을 달래려 한다는 역설이 드러난 것이다.
반대로 소득 하위 20%의 복권 지출은 30% 이상 줄었다. 생계비 지출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복권을 사는 여유조차 없어진 것이다.
충남대 정세은 교수는 “2분위 가구의 지출이 늘어난 것은 중간층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방증이고, 최하위 계층은 복권조차 사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고소득층의 복권 소비 / 출처 : 뉴스1
즉, 복권은 더 이상 모든 계층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희망의 티켓’이 아니게 됐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7조 3348억 원으로 사상 처음 7조 원을 넘어섰다. 로또 판매액만 해도 5조 6562억 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판매액의 증가는 곧 사회 양극화의 그림자를 비춘다. 소득 상위 10%의 평균 연소득은 2억 원을 넘어섰지만, 하위 10%는 연 1000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고소득층의 복권 소비 / 출처 : 연합뉴스
자산 격차는 무려 15억 원 이상으로 벌어졌고, 상위 1%가 전체 부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권은 어떤 이들에게는 불안을 달래는 도구가 되고, 어떤 이들에게는 접근조차 힘든 사치품이 됐다. 결국 복권의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경제적 균열을 그대로 비추는 지표가 됐다.
복권은 이제 한국 사회의 경제적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고소득층의 지출 확대와 저소득층의 감소는 단순한 소비 차이를 넘어 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반영한다.
복권 통계는 경기 침체와 양극화가 어떤 방식으로 일상 속에 스며드는지를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