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해지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청년 자산 형성의 ‘구세주’라 불리던 청년도약계좌가 끝내 버텨내지 못하고 있다.
연 9%대 금리라는 파격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중도 해지자가 급증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해지자는 35만 8천 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15.9%에 이르렀다.
2023년 말 해지율이 8.2%였던 점을 고려하면 1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리와 혜택이 아무리 높아도 생활비에 쫓기는 청년들에게는 먼 이야기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었다.
청년도약계좌 해지 / 출처 : 뉴스1
청년도약계좌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출시 초기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가입률로 ‘실패작’이란 꼬리표를 달았지만, 정부가 기여금을 확대하고 금리가 9%대까지 올라가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불과 몇 달 사이 하루 수만 명씩 신청자가 몰리면서 은행 창구마다 대기 줄이 늘어섰고, 가입자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20대 직장인 A 씨는 당시 “높은 금리에 정부 지원금까지 얹어주니 목돈 마련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업난과 경기 둔화 속에 청년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해지 사유 1위는 실업이나 소득 감소였고, 두 번째는 긴급 자금 수요였다.
청년도약계좌 해지 / 출처 : 연합뉴스
결국 제도는 혜택의 매력보다 현실의 장벽이 더 높았음을 보여줬다.
이재명 정부는 상황을 직시하고 청년도약계좌를 사실상 폐지 수순에 올려놨다. 지난달 말 발표된 세제 개편안에 따라 비과세 혜택은 올해 말 종료되고, 새로운 대안으로 ‘청년미래적금’이 등장한다.
청년미래적금은 1~3년 단기 구조에 정부가 납입액의 25%를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으며, 중소기업 장기 재직 청년에게는 추가 인센티브도 검토 중이다.
청년도약계좌 해지 / 출처 : 연합뉴스
금융위는 기존 가입자가 새 제도로 갈아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와 부처 간 협의가 남아 있어 구체적 세부안은 하반기에야 발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만기가 지나치게 길다는 비판을 받아온 청년도약계좌의 단점을 개선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청년들의 불안정한 고용과 생활 환경을 함께 개선하지 않으면 이탈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완책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제도가 아무리 매력적으로 설계되더라도 불확실한 노동시장과 끊임없이 오르는 생활비 앞에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미래적금이 단기 구조로 설계된 만큼 기존 계좌보다는 유연성이 커질 수 있지만, 정책의 성공 여부는 결국 ‘이탈 방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