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건설 어려움 / 출처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한 마디가 원전 업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한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정부가 공식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 1기 건설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 계획들이 사실상 무력화될 위기에 처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원전 건설의 현실적 한계를 강조했다. “원전을 짓는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곳도 지으려다가 중단한 한 곳 빼고는 없다”며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원전 건설 논리에 대해서는 “지금 시작해도 10년 지나 지을까 말까인데 그게 대책인가”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형모듈원자로에 대해서도 “기술 개발도 안 됐다”고 일축했다.
신규 원전 건설 어려움 / 출처 : 연합뉴스
대신 대통령은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이라며 “1~2년이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재생에너지 확대 방향을 제시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도 지난 9일 “원전을 신규로 지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며 재검토 방침을 시사했다. 이미 확정된 정부 계획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신규 원전에 대한 의견은 12차 전기본에 담길 것”이라고 덧붙여 올해 하반기 시작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계획이 대폭 수정될 것임을 예고했다.
원전 업계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을 ‘제2 탈원전’ 정책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제1 탈원전’이라면, 이재명 정부의 신규 원전 백지화는 ‘제2 탈원전’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규 원전 건설 어려움 / 출처 : 연합뉴스
원자력학회는 앞서 “인공지능 혁명, 데이터센터 확충,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국가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대규모 기저 전력 확보는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원전 건설·운영을 환경 규제 중심의 부처에 맡기는 것은 필연적으로 원자력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미루고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신규 원전 건설 어려움 / 출처 : 연합뉴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발전,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2038년 전력 수요는 현재보다 약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자연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발전량의 변동성이 크고,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설비용량을 대폭 늘리더라도 실제 발전량은 기상 조건에 크게 좌우되며, 송전망 부족과 잉여 전력 처리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대통령은 원전에 대해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연장 사용하고, 건설 중인 원전은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내년 하반기 확정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우리나라 장기 에너지 정책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