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대출 연체율 / 출처 : 연합뉴스
가장 절박한 이들을 위해 마련된 정책금융 상품이 오히려 그들을 빚의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 저신용·저소득층을 구제하기 위해 운용되는 서민 대출 상품의 연체율이 36%에 육박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두고 “너무 잔인하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하면서, 새로운 서민금융 시스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로 내놓은 정책금융 상품의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
서민 대출 연체율 / 출처 : 뉴스1
서민금융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의 올해 8월 기준 연체율은 35.7%에 달한다. 이는 2024년 말 11.7%에서 불과 8개월 만에 3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이 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 취약계층에게 최대 100만 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지만, 시작 금리가 연 15.9%에 달해 상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정책 상품인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 역시 같은 기간 21.3%에서 25.8%로 상승했다.
‘대위변제’란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보증을 선 정부 기관이 대신 금융사에 빚을 갚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출자 4명 중 1명 이상이 사실상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는 뜻이다.
서민 대출 연체율 / 출처 : 연합뉴스
상황의 심각성은 지난 9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서민 금융 지원 방안 보고를 받은 뒤, 15.9%라는 금리를 듣고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이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상품에 ‘서민금융’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이는 “상한 음식이라도 싸게 사 먹을 자유를 줘야 한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금융기관들이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소위 ‘이자 장사’ 행태를 지적했다.
서민 대출 연체율 / 출처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낮은 이자로 쉽게 돈을 빌려줘 부동산 투기 등에 사용하게 하면서, 정작 돈이 급한 서민에게는 빚을 못 갚을 수준의 높은 이자를 물리는 것은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 직후, 금융당국은 해법으로 ‘서민금융안정기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이익의 일부를 출연해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서민금융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통령이 ‘이자 장사’를 직접 비판한 만큼,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요구와 함께 출연금 규모가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