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4.5일제 논의 / 출처 : 연합뉴스
총파업이라는 강수까지 두며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했던 금융권의 노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노사가 ‘금요일 1시간 단축 근무’를 골자로 하는 주 39시간 근무에 잠정 합의한 것이다.
2022년 이후 3년 만의 파업이 일주일 만에 타협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의 시선은 여전히 팽팽하게 엇갈린다.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난 2일 사용자협의회와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극적인 잠정 합의를 이뤘다고 3일 밝혔다.
은행권 주4.5일제 논의 / 출처 : 연합뉴스
이는 지난 9월 26일, 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임금을 3.1% 인상한다. 둘째, 매주 금요일 근무시간을 1시간 단축해 주 39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 셋째, 완전한 주 4.5일제 도입은 2026년에 다시 논의를 추진한다.
노조는 이번 합의를 두고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비록 완전한 주 4.5일제는 아니지만, 목표를 향한 중요한 첫발을 떼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그동안 장시간 노동 문화가 저출생과 같은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합의는 이뤘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두고는 노사 간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은행권 주4.5일제 논의 / 출처 : 연합뉴스
가장 큰 쟁점은 은행 영업시간은 기존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금요일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하거나, 혹은 출근 시간을 1시간 늦추는 방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영업점이 문을 열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직원이 정시에 퇴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일부 직원만 혜택을 보거나, 상사의 눈치를 보며 퇴근하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합의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기준 은행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1233만 원에 달한다.
은행권 주4.5일제 논의 / 출처 : 연합뉴스
이런 고임금 근로자들이 고객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근무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혜택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물론 노조는 할 말이 있다. 과거 2002년 금융권이 주5일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었듯, 이번 노동시간 단축 역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고객 불편은 잦은 점포 폐쇄 등 사측의 경영 방식에서 비롯된 문제가 더 크다고 반박한다.
결국 ‘금요일 조기 퇴근’이 사회 전체가 수긍할 수 있는 변화로 자리 잡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