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의 고열왕에게는 아들이 없어서 춘신군이 이를 걱정하여 마땅히 아들을 낳을 만한 부인을 구한 것이 아주 많았는데, 끝내 아들이 없었다.
조인 이원이 그의 누이동생을 데리고 이를 초왕에게 바치고자 하였지만 그가 아들을 낳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마침내 춘신군에게 누이동생을 바쳤다.
그리하여 임신하게 되었는데, 이원은 그 누이동생으로 하여금 춘신군에게 유세하게 하였다.
"초왕이 그대를 가까이하고 귀하게 하여서 비록 형제도 그와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제 그대는 초의 재상을 20여 년 동안이나 하였는데, 왕에게 아들이 없으니, 장차 형제로 바꾸어 세우게 될 것인데, 저들은 역시 각기 그 옛날부터 가까이 지내던 사람을 귀하게 할 것이고, 그대는 또 어떻게 이러한 총애를 보존하시겠습니까?
그럴 뿐만이 아니라 그대는 귀하게 되어서 일을 전적으로 맡은 것이 오래이므로, 왕의 형제들에게 실례한 것이 많을 것이며, 형제가 서면 그 화가 또한 그대에게 미칠 것입니다.
이제 첩이 임신을 하였고, 사람들 중에는 이를 아는 이가 없으며, 또 첩이 그대에게 온 지가 오래되지 않았으니, 진실로 그대의 높은 지위로써 첩을 왕에게 바친다면 왕은 반드시 받아들일 것입니다.
첩은 하늘에 의지하여 아들을 얻게 되면 이는 그대의 아들이 왕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면 초나라를 모두 다 얻을 수 있을 것이니 자신이 헤아리기 어려운 화에 다가가는 것과 어느 것을 택하겠습니까?"
춘신군이 그렇겠다고 생각하고 이원의 누이동생을 내보내고 초왕에게 말하였다.
왕이 그를 불러들여서 드디어 아들을 낳았는데, 세워서 태자로 삼았다.
이원의 누이동생이 왕후가 되니 이원도 귀하게 되어 용사하고 춘신군이 그 말을 누설할까 두려워하여 몰래 무사를 길러서 춘신군을 죽여 말할 입을 없애려고 하였는데, 사람들이 자못 이 사실을 알았다.
초왕이 병들자, 측근인 주영이 춘신군에게 말하였다.
'세상에는 바라지 않던 복이 있고, 또한 바라지 않던 화도 있습니다.
"무엇을 생각지도 못했던 복이라고 하오?"
"그대는 초의 재상을 20여 년이나 하였는데, 비록 이름은 상국이었지만 그 실제는 왕이었습니다.
왕은 이제 병들어서 조석 간에 죽을 것이고, 죽으면 그대는 어린 임금의 재상이 되고 이어서 나라를 맡게 될 것이지만 왕이 자라면 정권을 왕에게 반환하거나 아니면 즉시 왕권을 쥐게 되니 이는 바라지 않던 복이라고 말합니다."
"무엇을 바라지 않던 화라고 하오?"
"왕이 죽으면 이원은 반드시 먼저 들어가서 권력을 점거하고 그대를 죽여서 입을 막으려고 할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바라지 않던 화입니다."
"누가 바라지도 않던 인물이라 하는 것이오?"
"그대가 나를 낭중에 두시면 왕이 죽자 이원이 먼저 들어오면 제가 그대를 위하여 그를 죽이겠으니, 이것이 이른바 바라지 않던 인물입니다."
춘신군이 말하였다.
"족하는 그를 내버려 두시오.
이원은 나약한 사람이고, 나 또한 그에게 잘 대하여 주었소.
또 어찌 여기에 이르겠소?"
주영은 자신이 말한 것이 쓰이지 않을 것으로 알고 두려워서 도망갔다.
그 뒤 17일이 지나서 초왕이 죽으니, 이원이 과연 먼저 들어와서 극문 안에 무사를 숨겨놓았다. 춘신군이 들어오자 무사가 그를 끼고 찔러서 그 머리를 극문의 밖에 던져버리고, 이에 관리들로 하여금 춘신군 집안사람들을 모두 체포하여 죽이게 하였다.
태자가 왕이 되었는데 이 사람이 초 유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