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한 기차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플랫폼에 앉아서 연착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닥을 청소하던 아주머니 한 분이 물청소를 해야 하니 바닥에 있는 우리의 짐을 의자 위로 올리라고 했다. 바디랭귀지로.
우리는 시킨 대로 모든 짐을 바닥에 닿지 않게 위로 올렸다. 우리가 앉아있던 건 4인용정도 되는 긴 의자였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위로 대피시킨 우리 짐에다가 물을 끼얹었다. 우리는 황당했고 아주머니는 미안해했다. 바디랭귀지로. 한번 더 시도한 물 뿌리기는 여지없이 우리 가방 위로 뿌려졌다. 한번 더 황당해하고 한 번 더 미안해했다. 환하게 웃으면서.
가방이 더워 보였나
어리둥절해하며 가방에 묻은 물을 닦고 있었다. 그때였다. 다 젖은 의자에 어떤 아저씨가 털썩 앉는다. 그리고는 앉은 채로 의자의 물을 쓱싹쓱싹 닦기 시작했다.
바지가 다 젖어도 될 만큼 앉고 싶으신가 보다고 생각할 때쯤 벌떡 일어나셔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신다. 그리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우리와 몰래 셀카를 찍고 계신다.
우리 보고 앉으라는 뜻인가?
참 고마우신 분이라는 생각도 잠시, 어떤 아주머니 두 분이 그 의자에 앉는다. 잠깐 상황을 지켜보니 그 남자와 아는 사이도 아니다. 우리는 갑자기 깨끗해진 의자 옆에 서있게 됐다.
말 한마디 없이 오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 부부는 기차가 올 때까지 이유도 모른 채 계속 웃었다.
왜 가방을 위로 올리라고 했는지
왜 가방에 물을 뿌렸는지
왜 바지로 의자를 닦았는지
왜 우리는 웃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