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프리카의 양심냉장고

스탑이 뭔지 몰라? S.T.O.P

by 우당퉁탕세계여행

아프리카는 국경의 검문소 말고도 국립공원의 경계지점에도 검문소가 있다. 검문소를 지나는 여행자정보를 방명록을 적고 차에 실린 짐검사를 하기도 한다. 한 번은 농수산물의 이동이 불가능한지 모르고 지나가다가 냉장고에 있던 우유와 고기를 뺏겼다.

초베 국립공원 검문소 <짐바브웨->보츠와나 방면>
초베 국립공원 검문소 <보츠와나->짐바브웨 방면>

보츠와나의 보더를 지나 초베국립공원의 경계라고 추정되는 곳에 또 다른 검문소가 나타났다. 스탑사인을 보고 차를 세웠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길을 막고 서는 게 맞는지, 왜 멈춰야 하는지 몰랐다.

길옆 검문소에 총을 들고 벽에 기대어 앉아있는 군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이 먼저 말을 걸었다.


“너네 영어 할 줄 알아?”

“응, 조금”


초소 안의 여자군인이 나오면서 우리에게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물었고 우리는 조금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럼 왜 멈추지 않았지?”

“응???”

“왜 스탑인데 멈추지 않았지?”

“난 멈췄는데….”


우물쭈물하는 내가 답답했는지 약간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무섭게 총을 들고..


“너 스탑이 뭔지 몰라?”

“…………..”

“S.T.O.P!!!!”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난 멈췄고 니 앞에 서있는데, 왜 멈추지 않았냐고 총을 들고 큰소리로 소리치며 스탑의 스펠링을 알려준다.

돈을 요구하는 건지 의구심이 들자 나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나갔어? 나 멈췄어! 여기 있잖아!!!”

“뭐가 문젠데??? 나 멈췄다고!!!”


그 여자군인이 화를 내며 도로의 정지선을 가리킨다.


“왜 정지하지 않았지? 왜? 너 스탑이 뭔지 알아?”


스탑사인 위치의 바닥에 정지선이 있었는데 2미터 정도 지나서 초소 앞에 차를 세웠던 게 문제였다.


“미…. 미안… 몰랐어…….”


검문소에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런 건 없었다. 내가 못 알아 들었을 수도 있지만 방명록에 우리 정보를 적고 바로 나왔다.

차선도 제대로 안 그려진 곳이 많았는데 억울했고, 난 멈췄기 때문에 또 억울했고, 정지선을 나중에 보고 민망했고, 총든 군인들이랑 싸우려고 해서 후회했다.

정지선을 잘 지킵시다!!

keyword
이전 27화한 번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