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MP

by 김태완

WIMP


표준모형은 자연의 네 가지 힘들 중 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통일하여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물질은 우주 전체의 구성요소 중 5% 미만이다. 23%는 암흑물질이, 나머지 72%는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우주에 중력을 행사하지만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존재한다는 단서는 1930년대에 처음 제기되었다. 많은 은하들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빠른 은하들을 붙잡아두려면 시각적으로 관찰되는 은하의 질량보다 약 400배 무거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렇지 않다면 별들이 은하단을 탈출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암흑물질에 대한 설명으로 가능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우주 최초 단계에서 형성된 블랙홀들이 모여서 암흑물질을 이룬다는 설명이다. 두 번 째 가설은 모종의 새로운 입자가 암흑물질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 입자는 무거워야 한다. 또한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주가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존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입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별을 이루는 물질과 결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입자 중에서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중성미자뿐인데 중성미자는 너무나 가볍기 때문에 암흑물질의 후보가 되지 못한다.


우주가 몹시 뜨겁고 밀도가 높았을 때 온갖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끊임 없이 생성되고 소멸하였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식어가자 이제 더 이상 입자들이 충돌하여 무거운 암흑물질을 만들어낼 수 없게 되었다. 우주가 계속 팽창하므로 살아남은 암흑물질 입자들은 서로를 만나 소멸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암흑물질 입자 수는 얼어붙었고 이론물리학자들은 그 양을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약한 상호작용을 하고 질량이 0.1에서 1테라전자볼트인 입자를 WIMP (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거대 입자)라고 한다.


암흑물질은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LHC의 양성자 충돌에서 WIMP가 생성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직접 감지할 수 없다. 다만 사라진 에너지가 있다면 간접적으로 그 존재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지구가 차지하는 공간에 존재하는 WIMP의 양는 0.5킬로그램 정도에 불과하다. WIMP가 검출기 물질의 핵을 때리면 핵은 결정구조 속의 제 위치에서 약간 벗어난다. 그리고 핵은 약간의 에너지를 얻는다. 그 에너지는 이온화형태로 방출되거나 진동에 의한 음파로 방출되거나 물질의 온도 상승으로 나타난다. 어떤 실험은 절대온도의 수천분의 1도 높은 온도에서 운영되는데 거의 무한히 작은 온도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측정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암흑물질을 수색하는 또 다른 방법은 간간이 WIMP들이 소멸한다는 사실을 이용한다. 두 WIMP가 소멸을 통해 서로 죽이면 그 에너지가 다른 종류의 입자들로 변환되므로 기기로 그 입자들을 검출하면 된다. 남극 얼음의 지하 1500미터에서 2500미터 사이에 구명을 뚫어 끈을 설치하고 광활한 면적에 검출기를 설치하여 측정을 시도하고 있다. 서로 독립적인 여러 측정에서 검출에 성공하였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그 존재가 증명된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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