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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철 Apr 30. 2024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읽고

제 1 부 로마의 일인자

          


제 1 부 : 로마의 일인자     

총 21권으로 이루어진 콜린 매컬로의 동 작품은 3권씩 모두 7부로 나뉘어 있다.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한 기원 전 750년, 왕정의 시기 250년이 흐르고 공화정이 들어선지 400년 가까이 지난 기원 전 110년을 스토리 전개의 시발점으로 잡고 있다. 

동 작품의 전체적인 시기는 희대의 영웅 카이사르의 탄생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기원전110년 로마 공화정의 말기 상황과 새로운 왕정의 탄생 전후를 다루고자 했던 것 같다. 

마치 인류 현대사를 예수 탄생 전후로 나누듯이 아마도 작가인 매컬로는 로마사의 분수령을 카이사르를 기점으로 구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서재를 열어 로마 시대와 관련된 책들을 나열해 본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서브 로사,

로버트 해리스의 임페리움 ...

비전문인으로서 로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다 나름 자부하고 있었지만, 막상 동 작품의 첫 장을 여는 순간, 그 같은 자부심은 허공에 사라지는 담배 연기마냥 얼마나 부질없고 얄팍한 생각이었는지 자각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위대성은 콜린 매컬로의 30여년에 걸친 집요한 노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 로마제국의 통치체제와 로마공화정의 운영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고증, 거기에 이야기를 끌어가는 필력이 뒷받침됨으로써 이처럼 훌륭한 작품이 탄생된 것이라 본다. 

    

로마공화정의 이해를 위해서는 뭐니 뭐니 해도 원로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절대적이다. 원로원은 Senatus라 불렀기에 영어식 Senator의 어원이기도 해서 마치 미국의 상원을 연상하게 된다. 이는 로마공화정에 대한 매우 왜곡된 해석으로 이어지기 쉽고, 작품을 읽어 나가는데 큰 애로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원로원은 로마공화정 내에서 입법 기관이라기보다 행정 기관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현 시대의 삼권분립 체제와 굳이 비유한다면, 원로원은 행정부에 해당하고 행정부의 집권을 위한 정치 엘리트들 간의 갈등과 투쟁, 처절한 경쟁으로 점철된 스토리가 동 작품을 이끌어 가고 있다. 

또 다른 기본적 이해가 필요한 것이 원로원을 견제하는 민회가 있다.

민회는 평민회, 백인회, 트리부스로 이루어진 것을 통칭하는 개념으로서 국회와 사법부의 기능을 담당했던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중에서 평민회를 구성하는 호민관의 지위와 역할이 매우 지대한데, 왜냐하면 호민관은 원로원의 정책과 의사결정 그리고 법안발의 등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기에 로마 건국에 기여한 귀족(소위 파트리키)과 전직 집정관 등으로 구성된 원로원에 대하여 강력한 견제적 기능을 행사하는 주체였기 때문이다. 또한 호민관으로 선출되면 자동으로 원로원의 자격이 주어짐으로써 국가 행정에도 참여할 수 있었기에 막강한 힘을 가진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로마 공화정은 철저히 자본(금권)에 기반을 둔 정치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선 특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했고, 일반 로마 시민들도 자산 규모에 따라 1계급에서 5계급까지 구분하여 참정권을 허용하였다. 이는 보유 자산이 있어야 외적으로부터 자신의 자산을 지키고자하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즉 정치에 꿈을 갖고 정계로 진출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서 우선 출신 성분(로마의 귀족계급)이  좋아야했고 반드시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가라야만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가이우스 마리우스라 하겠다. 

마리우스는 라티움 지역의 아르피눔 출신으로서 지방에서는 제법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집안 출신이었다. 당시 로마의 지역 차별은 로마를 중심으로 피정복지인 라티움 지방 그리고 이탈리아 이렇게 크게 3종류로 나눌 수 있었으며, 각각의 시민권의 종류가 달랐고 그 권리도 매우 상이했다.  사회의 무게 중심이 절대적으로 수도 로마에 있었고 그를 중심으로 라티움 지방이 있고 그리고 외부에 이탈리아라는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후에 일어난 일이지만 이탈리아에 해당하는 지역에서는 지역 차별과 불이익으로 자치 독립을 위한 소요 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아무튼 라티움의 아르피눔 출신으로서 마리우스는 히스파니아(지금의 스페인)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막대한 부도 축적을 하게 된다(당시 전쟁에 참가한다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인데 자신의 역할과 공훈에 따라 금광이나 은광 등 전리품으로서 자신이 챙길 만큼의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리품의 확보는 당연히 원로원에 알려 허락을 얻어야만 하는 절차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으로써 마리우스는 대단한 자산가로서 로마 시내 가장 부촌인 지역에 집을 짓고 나름 이름을 떨치게 된다. 하지만 마리우스의 인생에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었는데 이는 다름 아닌  ‘그리스어도 못하는 시골 촌놈’이라는 신분과 출신에 따른 멍에였다.

이 같은 상황을 간파하고 마리우스에 접근하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이름하여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즉 정복자 카이사르의 조부(祖父)였다.     

율리우스 집안은 로마 개국 공신의 하나인 전통적인 귀족 집안으로서 소위 파트리키 중에서도 으뜸가는 가문 중의 하나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원로원의 구성원이라는 명예만 있을 뿐 가세가 기울어 경제적으로 보잘 것 없는 집안으로 전락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카이사르에게는 두 아들과 딸이 둘 있었는데, 카이사르는 마리우스를 집으로 초대하여 정략적인 결혼을 제안한다. 큰 딸 율리아와 결혼함으로써 마리우스는 정계 진출을 위한 가문을 등에 업을 수 있게 되고, 대신에 카이사르 두 아들의 정계 입문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정략결혼은 당시에는 매우 흔한 일이었으며 부부 간의 나이 차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고, 당시의 여성은 동서양 어디에서도 정략적인 거래 상품과 비슷한 대우와 차별을 받았던 것이다.

율리우스 집안과의 혼인을 치른 마리우스는 자신의 공적과 자산 그리고 파트리키 가문의 일족으로서 당당히 원로원에 입회를 하게 된다. 즉 사자가 날개를 단 격이 되는 것이다.     


마리우스는 아프리카 누미디아(현재의 알제리와 튀니지 지역)와의 전쟁에서 영악한 유구르타 왕을 생포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리게 된다. 특이한 점은 그가 병력을 철수하면서 점령 지역 중 몇 몇 섬들을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고 퇴역 병사들을 위한 미래 거처로 남겨두는 것이었다. 당시 병사들은 사제를 털어 개인 물자들을 조달했으며 대다수 병사들은 퇴역 후에 마땅히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마리우스는 이를 고려하여 그들의 살 길을 마련코자 했던 것이다. 이는 매우 진보적인 사고를 가졌던 인물로 평가된다.     

누미디아 전쟁 와중에 집정관으로 선출된 마리우스는 숨 돌릴 겨를 없이 게르만족과의 전쟁에 투입되는데, 당시 로마는 수십만 명의 게르만 족들이 이탈리아 갈리아 지역(현 알프스 산 주변 일대)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도발을 자행하여 매우 심각한 고민 중에 있었다. 게다가 로마군대는 전 집정관인 퀸투스 세르빌리우스 카이피오와 현 집정관인 그나이우스 말리우스 막시무스 사이의 알력에 따른 지휘체제의 교란과 자중지란에 빠져 결국 8만 명의 군단 병이 몰살당하는 참패를 기록하게 된다. 이를 아라우시오 전투라고 하는데, 이로써 이탈리아 지역은 게르만족에 완전히 노출되는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마리우스는 게르만족과의 전쟁에 전격 투입된다.

하지만 이탈리아 전역에서 모은 8만 명의 병력을 잃은 로마로서는 더 이상 군병을 확보할 길이 없었고, 이때 마리우스는 병사의 자격을 없애면서 최하층 민으로 구성되는 군단을 꾸리고자 한다. 이는 아주 획기적인 군제 개혁이었으며, 마리우스는 최하층 민들의 사기 진작을 위하여 참전 후 토지 등을 통한 보상 제도까지 마련하는 혁신을 감행한다.

이렇게 어렵사리 군단 병을 모집한 마리우스는 전장으로 향하고, 게르만 족을 구성하는 킴브리족과 테우토네스족을 교묘한 방식으로 유인하는 전술로써 대승(일명 킴브리 전쟁)을 거두게 된다. 게르만족의 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로마인들에게 앓던 이가 빠지는 것과 같은 희열을 안겨주게 되는데 이로써 마리우스는 제 3의 건국자라는 칭호와 함께 연거푸 6번째 집정관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마리우스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두 사람이 있다. 하나는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이고, 또 다른 자는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사투르니누스이다.

술라라는 인물은 그 이력과 행적이 매우 흥미롭고 이채로운 존재이다. 그는 명문 귀족 집안인 코르넬리우스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그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에 가정은 등한시하는 패가망신의 전형적인 사람이었다. 술라가 상속받은 것이라고는 아버지가 새로 들여온 젊은 새어머니 하나였는데 술라는 계모와 동시에 자신의 애인과 함께 동거동침하는 관계를 유지한다. 술라는 매혹적인 외모의 소유자로서 계모와 애인으로부터 사랑을 함께 받으며 하루하루 빈둥거리며 지내다가 정처 없이 훌쩍 떠나 방랑의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술라는 계모와 애인이 연이어 의문사를 당하면서 그들의 자산을 상속받게 되면서부터 정치가로서의 야망을 서서히 키워나간다. 마리우스 아내의 여동생 즉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조부)의 막내딸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이는 당대의 실권자인 마리우스와 동서지간이 되는 것이다. 술라는 마리우스가 아프리카 원정을 떠날 때 총독의 재무관으로 임명되어 원로원의 자격을 가지게 되고 누미디아 전쟁, 킴브리 전쟁 등에서 동고동락하며 전우애를 다지지만 항시 마리우스를 질시하게 된다. 더불어 그의 아내 카이사르 집안의 막내 딸 율릴라는 술라가 남색에 빠져 있는 모습에 환멸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술라는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교활함을 함께 가진 인물로 평가되는데, 마리우스-술라 시대를 장식하였고 마리우스와의 애증어린 대적 관계는 앞으로 계속 이어지게 된다.


사투르니스는 열렬한 마리우스의 추종자였다. 그는 마리우스의 지원을 배경으로 호민관에 당선되었으며, 그는 마리우스보다 과격하고 급진적인 개혁주의자로서 로마공화정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일소하고자 하였다.  그 중에서 퇴역 병사들에게 토지를 분배하는 법령을 만들어 관철시키고자 했고 귀족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소유하고 있는 토지 또한 토지 개혁의 대상으로 삼으려 했다. 이 같은 급진적인 개혁에 위협과 불만을 가진 귀족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급기야는 집정관 선거에서 자신의 정적인 멤피우스가 당선되자 이를 피격하기에 이른다. 암살 배후로 지목되자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만중 세력을 믿고 일종의 쿠데타를 시도하지만 수포로 돌아가고 원로원 최종 결의(Senatus Consultum Multatum : 비상사태 선언)에 따라 국가의 적으로 규정되기에 이른다. 마리우스는 딜레마에 빠졌다. 원로원의 명령대로 사투르니누스를 잡아다 처형한다면, 마리우스는 자신의 지지 세력을 공격하는 것이고, 이는 그의 지지자에 대한 배신이므로 정치생명은 끝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투르니누스를 지지하고 원로원의 명령을 거역한다면, 이는 로마의 구체제에 대한 반역이었다.

결국 마리우스는 사투르니스를 처형하기에 이르고 이는 정치적으로 마리우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P/S

마리우스는 로마 제3의 건국자라는 칭호를 부여받게 되는데, 로마를 건국한 인물은 로물루스 그리고 제 2의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자는 푸리우스 카밀루스이다.

로물루스는 기원전 750년경 로마를 건국했다고 하는 신화적 존재이고, 푸리우스 카밀루스는 기원전 350년경 로마 북부에 위치한 강국 에트루리아로부터 수차례에 걸친 침략을 이겨내고 때로는 로마까지 점령당하는 위기 속에서 로마를 구한 영웅으로 칭송되는 인물이다. 

[로마인이야기]에 따르면 에트루리아의 건축술은 당대 최고였고 로마는 이들로부터 건축을 배웠지만 결국 그들을 정복한 것으로 로마의 발전상을 설명하고 있다.

          


                                                            ---- 제 1 부 로마의 일인자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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