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와 우리의 교육

by 자유인

1. 오래되지 않은 과거


우리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치열한 입시 경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때 이른 시기에 시작된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와 함께 영어 학원에 갔더니 원장 선생님은 현재의 입시제도를 설명하며 왜 지금부터 입시전략에 맞추어 교육해야 하는지를 소개했다. 내가 왜 이런 설명을 들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사교육계의 현실에 대한 호기심으로 경청했던 기억이 난다. SKY로 대변되는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교육의 최고 성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자라고 있음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치열한 입시 경쟁은 너무 이른 시기에 아이들을 승자와 패자로 구분 짓는 사회구조를 만들어 버리고, 이런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혹은 일찍이 수포자, 영포자의 대열에 합류하여 학교에서의 가르침이 자신의 삶에 어떤 자양분이 되는지 그 의미조차 상실한 채 살아가게 된다.


최근까지도 교육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교육제도가 갖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안해 왔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도출하지 못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좋은 고등학교를 보내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고등학교 교실에는 잠자는 학생들이 늘어났고 기초학습능력은 점점 낮아지는 현상이 심화되었다. 최근에는 진로지도며 면학 분위기를 고려하여 좋은 중학교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퍼져가면서 중학교 학군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공교육에 대한 실망감은 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점차 연령대를 낮추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성공궤도에 들어서게 할지를 고민하게 할 뿐이다.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치 있는 성장과 사회적 기여를 계획할 수 있는 자기주도성을 길러주기 위한 노력은 개인도, 사회도 놓치고 지나왔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교육에 대해 변화를 위한 자성과 숙고의 시간 없이 주어진 상황에 밀려오듯 허우적거리며 지나온 게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스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디지털 네이티브, 포노사피엔스 등의 특성을 보이지만 과거보다 낮은 기초학습능력을 보이는 학생들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어떻게 교육할지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나’와 ‘다른 그들’을 변화무쌍한 사회복지현장에서 행복한 인재로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교육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더욱이 최근 들어 대학들은 인구절벽의 상황 속에서 대학의 존립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개별 대학의 존폐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생존 이상의 희망과 변화를 위한 가치 있는 도전을 고민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럴수록 본질로 돌아가서 교육자로서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무엇을 가르치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과제였다.


2. 코로나 19가 직면케 한 현재: 비대면 사회, 온라인 교육


코로나 19가 준 교육계의 가장 큰 변화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들의 변화에 있다. 캠퍼스와 건물, 강의실, 실습 기자재 등 물리적 환경에서 교수자와 학생이 대면하여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교육의 장면들은 바이러스를 통한 감염병의 확산으로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가 되어버렸다. 온라인 교육의 확대는 코로나 19 이전부터 시작되었지만 미진한 상황이었다. 유사 이래 가장 강력한 교육방식이었던 대면 교육이 불가능하여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리라는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코로나 19에 떠밀려 직면하기를 미루고 있던 미래 교육의 문을 활짝 열게 된 것이다.


교육을 위한 환경도 교육자의 자질도 준비되지 않은 온라인 교육은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 교육이 대안 없는 미래형의 교육이라 생각지는 않지만,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 가능성을 더 일찍 예측하고 준비하지 못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현실 세계를 물리적 공간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직면하는 것을 낯설고 먼 미래의 모습이라고 막연하게 믿어왔던 탓이 크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활용해 온라인 세계에 접속하면 페이스북, 유튜브, 아마존, 구글, 인스타그램 등 비물리적이지만 거대한 삶의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오프라인의 물리적인 대면 세계는 실제로 인정하지만, 온라인의 비대면 세계는 가공된 세계로 구분 지어 왔던 것 같다. 코로나 19 상황을 지나면서 비로소 이미 진행되고 있던 비대면 사회의 확장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하게 되었고, 안전(생존)을 위한 일상적인 선택들은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1) 온라인 교육에 따른 초중등 교육의 현실


교육부의 주도하에 초중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을 진행했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를 통해 초중등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위기의 상황을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겠다며 ‘원격수업선진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스마트 교육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디지털 교과서 개발, 교사 양성, 온라인 교육 콘텐츠 확산, 교실 유무선 인터넷 환경 구축 등을 시도하였지만 정치권의 반대, 교사와 학부모들의 무관심과 반대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스마트 교육 인프라 구축은 엔데믹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 교육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 되었다. 덧붙여,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안정적인 물리적 환경의 구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학급별 학생 수의 설정, 공간 활용 방법의 전환 등은 곧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초중등교육에 있어 온라인 교육의 현실에서 중요하게 주목할 점은 돌봄과 교육의 연대의 중요성이라 생각한다.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면서 생겨난 시간적 공백은 고스란히 가정의 돌봄 기능의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가정 내의 돌봄 상황에서 보호자가 교육적 기능을 보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는 학습결손 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또한, 사교육은 감염의 위험을 방역으로 보완하며 공교육에 앞서 정상화의 궤도를 찾아가고 있어서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사교육의 활용 가능성이 코로나 19의 장기화와 함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돌봄에서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하거나 교육에서의 돌봄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코로나 19의 장기화에 따른 학습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 온라인 교육에 따른 고등 교육의 현실


온라인 강의가 본격화되면서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에서는 온라인 교육시스템이 구축된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이 보여주는 대응 방식에서의 차이가 확연히 달랐다. 일부 대학은 오프라인 수업의 질과 다르지 않은 양질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겠다며 일찍이 선언하고 나왔으며, 여타의 대학들은 주변 대학들의 상황과 등록금 반환 운동을 전개하는 학생들의 반응을 고려하며 쉽지 않은 한 학기를 보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을 한 학기 동안 진행하면서 에듀테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온라인 교육은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상호작용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했고, 동시에 온라인 강의에서도 대면 교육을 앞서는 고품질의 교육 운영방안이 중요해졌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코로나 19 상황이 오기 전부터 선도적인 대학 혁신으로 효과적인 온라인 학습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이 대학은 온라인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고등교육의 수요자를 전 세계로 확대하여 저렴하고 효과적인 온라인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개방형 온라인 교육 콘텐츠 개발, 온라인 평생학습 확대 등을 시도해 왔다. 온라인 교육이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대학의 비전과 교육목적에 맞게 선도적인 에듀테크의 적용을 통한 온라인 교육시스템의 정비는 대학의 존속과 발전에 핵심 요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딥러닝 분석을 통해 학습격차와 학습결손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학습자 중심의 온라인 교육의 최적화 방안이 중요해졌다. 온라인 교육에서 학습자가 경험하는 구체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빅데이터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개별 학습자의 학습 수준과 욕구 등에 기반한 맞춤식의 교육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촉진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3. 미래 교육으로의 연착륙을 위한 대응


코로나19는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순조롭게 작동하던 익숙한 체계들을 일제히 멈추게 했고,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을 경험케 했다.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은 코로나 19 상황에 대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죽음을 대면하는 인간의 심리를 5단계로 설명한 큐블러 로스의 이론을 차용하여 설명한 바 있다. 첫 번째 단계는 부정으로, ‘이 상황은 사라질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두 번째 단계는 협상으로, ‘별 일 아니야! 그런데 뭔가를 해보자’라는 반응으로 나타난다. 세 번째는 분노의 단계로 코로나 상황에 대해 불명확한 원인을 들어 표적 대상을 정하여 감정을 표출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네 번째, 우울의 단계는 코로나 19가 중대한 상황임을 현실적으로 직시하지만 변화된 상황에 무엇을 해야 할지 대응의 방향 설정이 어려운 단계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용의 단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체념의 단계가 아니라 이제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으니 이 현실을 살아내는 방법을 배우고 점진적으로 상황과 맞설 합리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지젝의 이러한 설명은 코로나 19 상황을 팬데믹을 넘어선 엔데믹의 상황으로 인식한 것으로 끝나지 않을 바이러스와의 동반적 삶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한다. 지젝의 지혜를 빌어 코로나 19로 인한 변화를 수용하고 예기치 않게 찾아온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통해 인간은 인공지능을 지배할 수도 있지만,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지배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지만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긴 것은 1996년의 일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었으며, 전문가들은 늦어도 10년 이내에 인공지능이 세상을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주로 지식, 정보, 기술 분야에서는 인류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감능력과 창조능력,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능가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이라고들 한다. 결국,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않는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인간과 인공지공과의 공존은 공상과학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할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지식 중심의 평가를 통한 상위권 대학의 입학과 졸업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머지않았다.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명문대의 강점은 교육의 질이 아닌 네트워크에 있었으며, 온라인 교육의 성장은 교육의 보편화를 만들어낼 것이고, 결국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약화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그렇다면 교육기관은 학습자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지혜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고, 학습자의 개별 역량으로서 자기주도성의 계발은 이전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둘째, 코로나 19가 엔데믹으로 지역사회에 지속적으로 잔존하게 된다면 우리들의 생활 반경은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고, 지역사회가 곧 교육의 공간이 되고, 교육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그 진가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사실 사회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공감능력, 창조능력,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고루 필요로 하는 고도의 의사결정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가 어떻게 구체화되고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타인의 상황, 생각과 정서를 읽어내는 능력을 요구하고, 정확한 추론을 위해서는 창의적인 발상과 가설 생성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사회문제로 정의되는 기준으로 내재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인간과 사회환경을 유지 존속시키는 지향 가치를 인식하지 않고서 사회문제를 정하거나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교과서가 있다 해도 그것을 학습하는 과정은 지식과 기술의 연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양한 상황적 맥락에 따라 변모하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은 자신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며, 이것은 인간에게 있어 삶의 핵심적인 가치 구현의 과정이 될 것이다.


코로나 19 상황으로 한 학기를 보내면서 어떻게 가르칠까? 무엇을 가르칠까? 이런 질문들을 반복했던 것 같다. 지젝의 지혜에 대입하자면 앞선 질문들은 부정, 협상의 단계에서 빈번하게 떠올랐던 질문들이었다. 우리가 코로나 19와 교육을 연결하여 숙고의 시간을 갖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재앙을 수용하며 변화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들에서는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대신 지역사회로 눈을 돌리고, 나의 이웃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과 교감하며 나와 우리(공동체)가 해야 할 일을 찾고 삶으로 살아내는 아름다운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 되어야 함을 깨닫기를 바란다. 그것을 위해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을 자문하는 것이 교육의 변화를 견인하는 작지만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