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고인돌 유적지에서

by 이령 박천순


안개비가 경계를 지운다

선사시대 혼령이 걸어 나와 이승에 몸 담기 좋은 날


생각은 낚싯대가 되어

돌무덤 주위를 걷는다

큰 돌덩이를 옮겨 죽은 자의 집을 세운 이들

얼마나 애틋한 마음이었을까


'북방식 고인돌

2000년 세계문화유산 등재'

제 집을 고스란히 드러낸 망자의 기분은 어떨까

입질이 잦은 낚싯대, 허방에 걸리기도 하고

혼령은 나를 떠나 는개에 스며든다


혼자 걸으면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려온다

비가 흙이 되는 소리

흙이 풀이 되는 소리

내가 지워지는 소리

고요한 소리도 있다는 걸 안다


죽은 자는

묵직한 침묵을 지붕으로 삼은 자

무엇에도 마음을 열지 않고

다만 '그'인 자

나도 언젠가는 '나'를 완성할 것이다


돌무덤 사이로 찰나의 봄이 또 지나가고

우산 밖 시간은 내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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