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부산모빌리티쇼(6월 28일)가 열립니다. 여러 자동차 제조사가 그들의 최신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을 맞이할 텐데요. 모터쇼에는 특히 주목해야 할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콘셉트카죠.
콘셉트카는 제조사가 미래 자동차 디자인, 기술, 그리고 브랜드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단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 등을 콘셉트카로 테스트하고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죠. 즉 콘셉트카는 단순한 디자인 시연이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의 전략적 목표와 목적 달성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테스트베드가 됩니다. 콘셉트카만 잘 살펴도 제조사의 미래 구상과 전략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소비자와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크게 주목받았던 최신 콘셉트카를 통해 현대차가 구상하는 미래는 어떠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위 영상에 나오는 차는 현대차가 2021년 LA 오토쇼에서 처음 공개한 세븐(SEVEN) 콘셉트카입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설계된 완전자율주행 자동차죠.
디자인을 보면 굉장히 박시한 스타일입니다. 특히 뒤쪽은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디자인은 실내를 아주 넓게 뽑을 수 있죠. 실제로 이 콘셉트카는 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실내가 굉장히 넓습니다. 3.7미터나 되는 긴 휠베이스를 지니고 있는데, 운전 공간도 없어 실내가 굉장히 넓죠. 그리고 운전석 쪽에 도어가 없습니다.
눈치채셨나요? 세븐 콘셉트카는 ‘이동’의 개념이 아닌 철저히 ‘거주’의 개념으로 접근했습니다. B 필러가 없는 코치도어는 마치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 같지 않나요? 탑승이 아닌 입장의 개념입니다. 그리고 신발을 벗어 살균과 탈취, 건조 기능이 있는 슈즈 케이스에 넣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집의 개념은 신발부터 벗고 들어가니까요.
실내에 들어가면 시트 대신 소파, 180도로 회전이 가능한 라운지체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니버설 아일랜드가 27인치 모니터로 변신하죠. 짐은 수많은 수납공간에 모두 숨길 수 있습니다.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살균 기능을 지닌 소파에 앉거나 누우면 천장에 달린 77인치 비전루프 디스플레이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죠.
현재의 자동차들은 모니터가 앞을 바라보도록 배치되죠. 하지만 세븐 콘셉트카는 어느 방향에서든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도록 천장에 달았습니다. 그리고 유니버설 아일랜드에 달린 모니터는 위치와 방향을 아주 쉽게 바꿀 수 있죠. 운전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콘셉트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30년 동안 인류는 운전대를 놓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완전자율주행은 그 누구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죠. ‘운전대를 놓은 인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현대차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고, 오랜 시간 완전자율주행을 탐구하면서 이동이 아닌 주거 공간 개념의 세븐 콘셉트라는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인간에게 집은 휴식과 안정을 주는 공간입니다. 현대차는 여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이동이 휴식이 되는 개념을 창안한 거죠.
물론 아직 완전자율 시대는 멀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 시대를 미리 준비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죠. 그리고 세븐 콘셉트카의 주거 개념 아이디어는 현재 판매되는 모델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공간 활용성을 높여주는 세븐 콘셉트의 유니버설 아일랜드는 아이오닉 5에서 볼 수 있습니다. UVC 살균 기능과 시트 및 도어트림 등 실내 항균처리 소재도 디 올 뉴 그랜저에서 만날 수 있죠.
지난 2022년 부산모빌리티쇼에서 현대차는 고성능 수소연료전지 콘셉트카 ‘N 비전 74’ 콘셉트카를 공개했습니다. N은 현대차 그룹의 고성능 브랜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현대차가 꽤 오래 전부터 연구 개발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즉 현대차는 N 비전 74로 고성능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힌트를 준 거죠.
그런데 이 잘생긴 콘셉트카에는 다른 개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하이브리드입니다.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는 수소를 전기로 바꿔 구동하죠. N 비전 74 콘셉트카는 수소로 구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를 바로 충전해 구동할 수 있습니다. 즉 수소도 충전하고 전기도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또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성해 배터리에 저장할 수도 있죠. 그래서 하이브리드입니다.
N 비전 74에는 수소 시스템을 위한 4.2kg의 수소 연료탱크와 연료전지 스택이 있고, 62kWh 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가 장착됩니다. 그리고 수소와 배터리가 뒷바퀴에 달린 두 개의 전기모터를 돌려 500kW의 출력을 만듭니다.
내연기관이 사라지는 시대가 되면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도 자동차 세상에서 없어질 것 같았는데요. 현대차는 수소+배터리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하이브리드를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N 비전 74는 콘셉트 개념을 넘어 생산까지 이뤄졌고 지금도 세계 곳곳을 돌며 고성능 수소+배터리 하이브리드 개념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N 비전 74는 고성능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구현한 콘셉트카입니다. 다소 복잡한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이에 따라 훨씬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성능도 극대화할 수 있죠. 더불어 다양한 충전 인프라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콘셉트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현대차는 N 비전 74 콘셉트로 차세대 연료로 꼽히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서 선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올해 1월 도쿄 오토살롱에서 N 퍼포먼스 파츠를 장착한 아이오닉 5 N 퍼포먼스 콘셉트 모델 NPX1을 공개했습니다. 전기차 모델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N 퍼포먼스 파츠입니다.
콘셉트카는 자동차 제조사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모델도 있지만, 현재 생산되는 모델의 새로운 부품 및 용품을 콘셉트로 선보이기도 합니다. 콘셉트카를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출시될 제품 디자인과 기능을 조정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NPX1에 들어간 퍼포먼스 파츠는 출시될 예정입니다. 다만 이번 콘셉트 모델에 적용된 파츠들은 프로토타입입니다. 향후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완성도를 높여 아이오닉 5 N 퍼포먼스 파츠를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러면 NPX1에는 어떤 퍼포먼스 파츠가 들어갔는지 살펴볼까요? 우선 경량 하이브리드 카본 휠과 고성능 브레이크 패드를 장착했고, 다운 스프링을 달아 더욱 역동적인 움직임을 낼 수 있도록 하체를 강화했습니다.
공력성능을 위해 리얼 카본 프론트 스플리터와 사이드 스커트, 리어 디퓨저, 리어 윙 스포일러의 에어로 파츠를 달았습니다. 실내도 알칸타라를 사용한 레이싱 버킷시트로 교체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부터 N 퍼포먼스 파츠를 출시했고 지난해부터는 전담 조직을 꾸려 전문적인 상품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N 모델이 많아짐에 따라 튜닝 및 용품 시장도 커지게 될 것이고, 새로운 파생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를 위해 N 브랜드 전 차종에 N 퍼포먼스 파츠 상품군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현대자동차는 혁신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콘셉트카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자동차 산업의 세계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븐, N 비전 74, NPX1은 현대차의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 그리고 미래상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콘셉트카입니다. 이 모델들이 닦은 초석이 가까운 미래에 어떻게 반영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