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조금 더 자란 아이
얼마 전, 가족과 함께 포항 호미곶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낯선 곳의 자연 환경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귀중한 기회였고,
맑고 청명한 봄날의 바다는 여름보다도 더 차분하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아이들은 맑고 날씨 좋은 날 여름바다가 아닌 봄 바다의 자연 환경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생생한 생물과 해안 풍경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놀랐던 건 물이 얼마나 맑았는지였다.
아이들은 발밑으로 지나가는 작은 물고기들을 직접 보고,
바위에 달라붙은 미역을 손으로 만지며 신기해했다.
나는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이 아름다운 바다를 어떻게 하면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까’
하는 첫 질문이 싹트고 있음을 느꼈다.
해양 생태계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었고,
단순한 감상이 아닌 ‘다음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본 듯했다.
이어 찾은 국립등대박물관에서는 등대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함께 살폈다.
평소에는 그저 "불빛 나오는 건물" 정도로만 인식했던 등대가
그날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바다의 생명을 지키는 존재,
그리고 길을 잃은 이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따뜻한 빛으로 다가왔다.
횃불부터 등유 등대, 자동화 시스템까지… 조명의 변화와 함께 시대가 흘렀고,
아이도 그 흐름 속에서 등대의 존재 이유를 이해해갔다.
체험관에서는 직접 등대도 그려보며 배운 것을 마음에 담았다.
환호공원의 스페이스 워크 체험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큰아이는 겁도 내지 않고 거대한 구조물을 올라가며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계단이 흔들리는 걸 재미있다며 웃었고, “다음엔 더 높은 곳에 올라가보고 싶다”고 말하며 스스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작은아이는 아직 키가 되지 않아 지켜보기만 했지만, 언니를 응원하며 “나도 나중에 꼭 해볼래”라고 말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체험 후 아이는 다음 바다를 기다렸고, 여름바다에서 온몸으로 뛰어들기를 기약했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아이는 호미곶에 대한 기억을 오래도록 이야기했다.
‘바다 위의 평화의 손’ 조형물에 대해 친구에게 설명해주었고,
등대에 대해 배운 내용을 일기에 그림으로 그려 정리했다.
그리고 바다와 관련된 그림책을 찾아 읽으며,
스스로 호기심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계단과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것에 직접 체험했음에 감탄하고 느꼈으며, 해당 내용을 일기에 그림으로 그려냈다.
집에 돌아온 이후로 아이는 호미곶에 대한 바다위에 있던 평화의 손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고, 등대에대해서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앎을 갖추게 되었다.
이번 포항 여행은 단순한 가족 나들이가 아니었다. 아이에게는 자연과 삶이 연결된다는 걸 배우는 시간, 나에게는 아이의 호기심이 스스로 자라나는 걸 지켜본 감사한 순간이었다. 아이의 성장은 꼭 교과 속에서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구나. 자연과 마주하고, 질문하고, 느끼고, 표현할 수 있을 때 아이의 세계는 깊어지고 확장된다. 앞으로 아이가 세상을 스스로 관찰 하고 이해하며 조금씩 자신의 방향을 찾아 갈 수 있도록,
나는 곁에서 조용한 등대처럼 비춰주고 싶다.
포항 호미곶 체험을 통해 바다, 해양 생태계, 구조물과 등대에 대한 흥미와 이해가 생겼으며,이를 바탕으로 환경과 과학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었다.이후 관련 책을 스스로 찾아 읽고, 일기와 그림으로 내용을 표현하는 등 지속적인 자기주도 활동과 진로 탐색의 태도를 보였다.
2025.5.18-19 포항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