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새마을 운동과 국민 체조가 익숙한 오십이 넘은 동네 아저씨가 어찌 꼰대가 아닐 수 있을까?
꼰대로서 분명 하고 싶은 말은 있는 법. 지갑도 조금은 열겠지만 입은 크게 열고 싶다.
1. 먼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
남자는 화성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고 한다. 약간 성차별적인 혹자들은 남자는 숲을 보고 여자는 나무를 본다고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회사에서 OJT를 하며 느낀 점은 부서의 선배들이 신입이나 전입직원을 교육할 때 거의 늘 각론부터 들어간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조직도 정도를 설명 후 매뉴얼을 주고는 “읽어보세요” 하는 게 전부인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는 업무에 쫓겨 실무 하나하나를 급히 설명해 나간다. “어차피 나중에 직접 해봐야 알아요” 하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러나, 시작은 늘 그림을 먼저 그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신입직원이건 전입직원이건 새로운 업무의 용어에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규정과 절차는 일단 미루어 두고 전반적 회사, 본부, 부문, 팀의 구성과 역할을 소개하고 업무에 대한 개괄적인 배경지식과 “WHY”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주고 OJT를 받을 수 있게 배려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업무 습득력이 높아지고 기초에 충실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본인과 회사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2. 메모를 생활화하라.
분명히 해두겠지만, 우리는 천재나 수재가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외울 수도 없고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영원히 기억할 수도 없다. 메모를 생활화 함으로써 꼼꼼함을 기를 수 있고 그 꼼꼼함이 바로 업무 실력으로 연결된다. 회사에서 필요한 능력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약간은 차이가 있다.
기술 쪽 분야에서는 조금 다르겠지만 통상 순발력, 판단력, 꼼꼼함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는 인사성만 있으면 회사 생활의 90%는 이미 먹고 들어간다. 곱씹어 보면 공부보다 훨씬 쉽다.
아무리 가벼운 면담이라도 상사가 요청할 때는 반드시 수첩을 가져가야만 한다. 좋은 이미지 형성에도 필수적이기에 플러스되는 인사평가 점수는 덤일 수도 있다.
손 때 묻은 연도별 업무 수첩은 짐일 수도 있지만 당신이 살아온 궤적이며 소 역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 해에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는지 다소 적게 했는지도 기억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며, 은퇴 후에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책을 펴낼 기초자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당신의 아이디어와 할 일을 펜을 들어 수첩과 메모지에 적어 내려가길 바란다.
3. 실무자와 관리자의 차이점을 인식하자.
실무자의 보고서는 자신의 관점에서 작성하기에 관리자가 바라보는 시각과 다른 용어와 문장의 형태로 구성되는 경향성이 있다.
그러나, 관리자는 분명히도 그걸 원하는 게 아니다. 실무자는 실무자로서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지만 관리자는 업무 보고서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자의 시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연습을 평소 충분히 해 둔다면, 본인이 장래 관리자가 되었을 때 의사결정을 정확하고 빠르게 내릴 수 있는 판단력을 자신도 모르게 깨우치게 된다.
잊지 마라. 당신의 시각이 여전히 Working Staff Level이라면, 그 시각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관리자가 될 수 있다.
4. 때로는 한발 떨어져 사물을 보라.
무엇인가에 몰입해 있으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다. 숲을 보려면 숲에서 멀어져야 하고, 파리의 에펠탑을 사진을 담으려면 광각렌즈를 들고 최대한 탑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우리는 모두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점에는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운항스케줄러 시절 911이 터지며 전화와 도트 프린터의 전문이 쉴 새 없이 각자의 소음으로 울리는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는 전술하였다. 그 당시 나는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약 10여 분간 의도적으로 사무실을 비웠음을 이제야 솔직히 말할 수 있다.
그 전화기와 전문을 미친 듯이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내가 그 일에 끌려 다니고 있게 되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업무를 내 방식대로 끌어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그냥 내버려 두고 사무실을 나와 버렸다. 잠시 머리를 식힌 후 사무실로 복귀하여 프린터를 끄고 10여 미터가 족히 되어 보이는 프린터 용지를 차곡차곡 접으며 전문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자를 대고 칼로 잘라서 찬찬히 보며 버릴 것은 버리고 중복된 것은 치워버렸다.
그러자, 내 손에 남은 중요 전문은 사실 몇 개 되지 않았다. 전화는 일단 3대 정도만 남겨두고 선을 뽑아 버렸다. 그러자, 중요하지 않거나 시급하지 않은 전화가 줄었다. 어차피 중요한 전화라면 미친 듯 모든 번호를 다 눌러볼 것 이기에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항상 해 오던 방식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사물에서 떨어져야만 보이는 광각의 시각에서 비롯한다.
맞다. 너무 정신없고 힘들 땐 오히려 거기서 벗어나서 커피를 한잔 하던지 아니면 하늘을 보면 된다. 그러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기고 내가 무엇을 잘못 수행하고 있었는지도 깨닫게 된다. 그래 우리 가끔 하늘을 보자. 그래도 괜찮다.
당신이 숨을 돌리는 그 10분 사이 세상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
5.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게 옳다고 믿는다.
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을 알 것이다. 그 축약어를 어디선가 이렇게 변형한 어구를 본 기억이 있다. NIMT (Not In My Term). 적어도 내 재임 시절에는 안돼요!
즉, 관리자는 내가 재임하는 기간에는 일이 벌어지거나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때론 은퇴 후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상 장기적인 플랜보다는 단기적 관점에서 의사 결정을 하려는 경향성을 갖게 된다. 나의 재임기간 중의 의사 결정에 의한 수익 창출이 비록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지라도 나에겐 엄청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쉽진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을 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내가 각광받지는 못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의사 결정이 나에게도 회사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리라고 소심하게 믿어 본다.
6. 시작부터 계단의 끝을 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운전을 하며 어둠 속을 뚫고 내비게이션 없이 서울에서 부산을 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헤드라이트 불빛은 기껏해야 수십 미터에 불과하다. 어둠 속에서 흰색 차선과 노란색 실선을 가이드 삼아 그저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추는 딱 그만큼만 보면서 간다. 그러면 어느새 여명이 밝아오고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는 부산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컷 맛있는 돼지 국밥과 밀면 맛집만 찾으면 된다.
인생이 그러하다고 본다. 그저 하나하나의 계단을 올라가는데 충실하다 보면 어느샌가 정상에 올라와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산행을 할 때에도 힘들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땅과 계단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는 "얼마나 남았어요?"라고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계속 묻는다. 그러면 늘 돌아오는 대답은... "다 왔어요. 바로 저기예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였다.
직장생활의 경우에도 진급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정치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매일 같이 하는 루틴한 업무라도 충실하게 하다 보면 어느새 진급을 하고 어느새 관리자의 위치에 올라가게 되어 있는 것이 세상 이치라고 본다. 다만, 직장생활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지는 말아 달라.
너무 조급해하지도 말고 너무 멀리 내다보며 안절부절못할 필요도 없으니 천천히 자기만의 호흡으로 자신의 길을 가길 바란다.
그저 내 앞에 놓인 바로 그 계단 하나에만 집중하면서..
7. 한 직급 앞서 생각하라.
개인적으로는 회사 생활에서는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원이 대리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대리가 과장처럼, 과장이 차장처럼, 차장이 부장처럼 해야 한다.
몸으로 하는 행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직급 아니 두 직급 아래로 낮추어 겸손해야만 하고, 판단 능력과 업무 실력은 한 직급을 높여서 하라는 말이다.
직장인은 모두 승격을 꿈꾼다. 그러나, 승격을 하기 위한 방법은 잘 모른다.
그리고 막상 진급 후에도 사원처럼 일하다 약 6개월이 지나 대리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해질 즈음 에서야 대리처럼 일한다. 그러면, 회사는 인건비를 6개월 날린 것이다. 내가 인사 담당 임원이라면 이미 대리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고 업무 처리를 하는 직원을 대리로 승격시킬 것이다. 그래야 회사는 최대한의 인건비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직급 앞서 생각함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몸 값도 올릴 수 있다.
프로축구 선수가 이적료를 받고 유럽으로 진출하려면 지금 바로 당신의 소속팀에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유명한 축구선수처럼 볼을 다루면 된다. 다만 지금 소속팀에서는 당신에게 걸맞은 연봉을 주지 못할 뿐이다. 그것도 아주 잠시 동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