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알리·테무, 싼값에 샀다가 뒤통수 맞는다

알리·테무 초저가 제품서 잇따른 유해물질 검출,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by 굳맨
20240514153223_2024734_573_811.jpg ▲(사진제공=알리익스프레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가 장기화하면서 가계 부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같은 제품이더라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을 찾던 이들에게 포착된 플랫폼이 있습니다. 바로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C커머스)입니다.


알리, 테무의 핵심 키워드는 '초저가'입니다. 생활용품은 물론, 의류와 문구·완구, 청소 도구 부문에서 초저가 상품을 쏟아내면서 국내 시장을 공략한 건데요. 특히 알리는 한국 상품만을 모아놓은 전문관 K-베뉴를 선보이면서 중국산 초저가 상품에서 나아가 한국의 신선식품, 가전제품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나섰죠.


그러나 '결국 싼 게 비지떡'이었냐는 의문도 나옵니다. 알리와 테무에서 팔리는 어린이 제품에서 기준치 수백 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제품 안전성 문제로 비상이 걸린 건데요. 각종 논란에도 알리와 테무의 거센 공세에 국내 유통 시장이 잠식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20240514154434_2024741_1200_800.jpg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해외 쇼핑 앱 테무의 로고가 홈페이지 앞 휴대폰 화면에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초저가' 내세우는 알리·테무
파격적인 가격, 어떻게 가능할까?

알리는 2018년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습니다. 2022년 11월엔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차리더니, 지난해 10월엔 K-베뉴를 만들어 입점·판매 수수료를 면제하면서 입점 판매자를 늘렸습니다. 중국산 초저가 상품에 할인을 더하고, 현금성 쿠폰을 뿌리는 프로모션에 무료 배송 및 반품 서비스, 유명 배우를 모델로 한 광고를 내보내는 등 그야말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죠.


테무는 이런 알리의 성공적인 한국 시장을 목격한 뒤인 지난해 7월 국내에 공식 진출했습니다. 테무 역시 저렴한 상품에 할인, 쿠폰 제공, 무료 배송 등과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 중입니다.


알리와 테무의 성장은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시장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알리와 테무 등 양대 중국 직구 쇼핑몰은 한국에서 2조9234억 원의 결제액을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 소비자 결제내역에 표시된 내용만 기준으로 합니다. 법인카드, 기업 간 거래, 간편결제로 결제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죠.


성장에 박차를 가할 심산이었을까요.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내 사업을 확대하고자 3년간 11억 달러(1조5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3월엔 K-베뉴에서 1000억 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는 '1000억 페스타'를 열었고, 10억 원 상당의 전용 쿠폰을 제공하는 '10억 팡팡 프로모션'을 준비하기도 했죠. 여기에 K-베뉴 입점사의 수수료 면제 혜택은 다음 달까지 지속하고, 국내 판매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추가 발표했습니다.


알리와 테무가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애초 중국 내 제조원가가 낮고, 관세와 부가세도 면제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업계더라도 가격 경쟁이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 인프라로 전 세계의 '제조공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알리나 테무 같은 C커머스 업체들은 중국의 생산공장과 세계의 소비자를 곧바로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데요. '직구' 형태이기 때문에 150달러 이하로 소비자들이 구매할 경우 관세, 부가세가 면제됩니다.


또 중국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들은 국내 제품의 국가통합인증(Korea Certification·KC) 인증도 받을 필요가 없어 KC인증 비용, 폐기물 부담금 등에서도 자유롭습니다. 애초에 국내 업체들과는 출발선부터가 다르기에, 파격적인 가격이 가능하다는 거죠.

(관련자료) 알리 안전성 논란에...“KC인증 제도화하겠다”



20240514154717_2024745_500_375.jpg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직구 제품 안전성 조사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된 제품들. (연합뉴스)
"성장세 유지 쉽지 않을 것" 전망 나오더니
유해성·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 쏟아져

그러나 유통업계에선 알리와 테무가 인기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호기심에 일회성으로 물건을 사는 고객이 많은 만큼,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이용자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었죠.


실로 알리의 한국 이용자 수는 3월 887만1000여 명에서 지난달 858만9000여 명으로 28만2000여 명(-3.2%) 줄었습니다. 테무 이용자도 같은 기간 829만6000여 명에서 823만8000여 명으로 5만7000여 명(-0.7%) 감소했죠.


가품, 저품질, 개인정보 유출 등 지속적인 논란에 따라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실로 최근 알리, 테무에서 비롯된 문제는 한둘이 아닙니다.


관세청이 최근 알리와 테무 등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신발·학용품·장난감 등 252종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38종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6점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나왔습니다. 검출된 카드뮴 함량은 기준치 대비 최대 3026배에 달했죠. 5점에서는 기준치 대비 최대 270배의 납이 검출됐습니다.

(관련자료) 알리·테무서 판매한 어린이제품 38종서 발암물질 검출


서울시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완구·학용품 제품에서 기준치 158배에 달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겁니다.


여기에 모든 제품이 '초저가'인 줄만 알았던 알리의 생활필수품 가격이 국내 온라인몰보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나며 소비자들의 뒤통수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관련자료) ‘초저가’ 알리에 뒷통수 맞았다…K-이커머스보다 비싼 상품 수두룩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알리와 테무를 이용하려면 업체가 제시한 약관에 무조건 동의해야 합니다. 알리의 경우 ‘개인정보 국외 제3자 제공’과 ‘개인정보 해외 이전’ 약관에 동의해야 하는데요.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테무도 배송 주소, 연락처 정보 등 개인정보를 테무의 국내 법인(웨일코 코리아)뿐만 아니라 자회사 및 제휴사와 공유할 수 있도록 약관에 규정해놨죠.


일각에서는 '초저가 상품을 미끼로 국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셈'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평화누리특별자치도' 확정되면 경기북부 집값 떨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