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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정 Aug 06. 2023

발롱도르


세상은 지구처럼 돌고 있다.


2022년 10월, 파리에서는 유명 축구선수가 일곱 번째 황금공을 수상하며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은 밤 10시 15분경에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펼치는 마술처럼 파리와 밤하늘에 빛났다.


그날 트로카데로 샤이오 궁전, 프랑스 문화유산과 연극 박물관이 있는 건축물 입구엔

황금공을 받은 축구선수 얼굴이 큼지막하게 장식되었다.


행사 진행자는 발롱도르(황금공)를 받은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축하인사를 한 후에  그를 위해서 준비한 매우 특별한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회자그에게  붉은 버튼을 누르라고 권하자

승리의 트로피를 거머쥔 우승자는 약간은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연결된 화면에는 133살 된 그랑드 담므(위대한 여인) 라 투르 에펠(에펠탑)이 바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술가 피에르 비도가 설치한 2만 개의 전구가 화려하게 반짝이면서 빛의 환희를 보여주었다.


리오넬 메시가 속해 있는 파리 생 제르맹 단장과 축구협회가 축구계의 전설로 기록될  그에게

선사한 특별한 퍼포먼스였다.


나는 텔레비전이 아닌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에펠탑을 바라보았다. 늘 그랬듯이 에펠탑은 환상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기분이 참 씁쓸하고 묘했다.


재능 있고 에너지 넘치는 리오넬 메시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건 당연한 일일 테지만

그가 손가락 끝으로 누르자마자 에펠탑이 움직이는 걸 보려니 왠지 에펠탑이 측은하게까지 느껴졌다.


파리의 상징과도 같은 에펠탑도 축구선수 손가락 하나에 좌지우지되고, 좋건 싫건 그 광경을 봐야하는 현실에 재미있다기보다는

그 퍼포먼스를 기획한 사람들에게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라고 묻고 싶었다.


마치 황제에게 모든 권한을 주는 것처럼,

중세 시대 마상시합이나 창 경기에서 승리한 기사에게 아름다운 여인 손에 입맞춤해도 되는 특별한 선물을

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구나 세상은. 그래서 조금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고대나 중세나 지금이나 사람 생각은 거기서 거긴 것이지.

둥그런 지구처럼 쉬지 않고 돌고, 공처럼 둥글둥글 돌아가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밤의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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