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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문정 Jul 12. 2023

겨울비


파리엔 어제부터 안개가 희미하게 흐르고 있다. 12월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온변화도 심하다. 이제 겨울비가 내리는 계절이 온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음력으로 시월 말, 내일은 동짓달 초하루다. 절기상으로는 이미 겨울에 들어선 지 오래고, 눈이 내린다는 소설도 지났다. 거리와 상점엔 크리스마스트리며, 온갖 장식물이 올망졸망 늘어섰지만 마음은 이런저런 걱정으로 얼음판 같다.


프랑스에 와서 생긴 습관은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살짝 들춰보는 일이다. 늦가을부터 시작되는 비가 겨울로 이어져 한겨울 내내 음울함이 도시 곳곳에 스멀스멀 번지고, 찬기운 흐를 때면 상징주의 시인 베를렌느가 읊은 시처럼 내 마음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비가 내린다. 거기에 안개까지 도시를 휘감을 때면 가슴속엔 창밖에 내리는 비보다 더 굵은 빗줄기가 뜨겁게 솟구치다 이내 허연 서리로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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