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버티는 법을 배워왔다.
해야 할 일을 끝내야만 안심할 수 있었고, 멈추는 순간 뒤처질 것 같아 두려웠다.
그래서 더 달리고, 더 애쓰고, 더 나를 몰아붙였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면 성실하다고 했고, 나는 그 말에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그 성실함은 어느 순간 나를 무너뜨리는 칼날이 되었다.
번아웃은 조용히 찾아왔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였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책을 펼쳐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곧 그것은 무기력으로 변했고, 무기력은 좌절로 이어졌다.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도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머릿속은 늘 '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가득했지만, 몸은 그 목소리를 따르지 않았다.
나는 번아웃을 이겨내려 했다.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잠시의 위안일 뿐, 금세 무너졌다.
마치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처럼, 작은 파도에도 흔적 없이 무너져 내렸다.
번아웃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미이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였다.
좌절은 그러헥 찾아왔다.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달릴 수 없었다.
목표를 세워도 의욕이 따라오지 않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지쳐버렸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 가장 큰 상처였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왜 이겨내지 못할까." 그 질문은 나를 끝없이 괴롭혔다.
번아웃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힘들었다.
우리는 늘 '극복'과 '성장'을 이야기한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나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강해지지 못했다.
오히려 무너졌고, 그 무너짐 속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좌절 속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번아웃을 반드시 이겨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로는 무너지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번아웃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그 좌절 속에서 '멈춤'을 배웠다.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잠시 멈춰 서 있어도 괜찮다는 것.
번아웃은 나를 좌절시켰지만, 동시에 나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나는 왜 그렇게 달려왔는가, 무엇을 위해 나를 몰아붙였는가.
그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 어쩌면 진짜 회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