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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건너

참치회덮밥 (명동밥집)

by 소채

"넌 어디서 왔니?" 하고 물으면, "저 멀리 태평양을 건너왔다"라고 대답할 것만 같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먼 곳으로부터의 여정 끝에 만남이라는 것이 대단한 인연인 듯하다. 아침 일찍 출근해 보니 새벽 내 배송된 100kg의 참치살 튜브는 박스 채로 급식실 대형 냉장고 한쪽에 고스란히 쌓여 있다.


"넌 어디서 왔니?"


방송 요리프로그램에서는 일식요리사가 커다란 칼을 휘번쩍 거리면서 능숙하게 커다란 참치 한 마리를 통째로 13개 부위로 해체한다. 대비해서 몇 년 전 일식 조리기능사를 공부할 때 '도미조림' 만든다고 손바닥만 한 도미 해체하면서 낑낑되던 내 모습이 겹쳐진다. 참치 박스를 보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참치(tuna, 다랑어)는 고등어과 다랑어족에 속하는 물고기들을 말하며 '바다의 닭고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통조림이나 회, 냉동식품으로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물고기다. 세상에서 가장 큰 생선이라고 불리는 참치는 맛과 영양, 모양이 으뜸이라고 해서 '참물고기'라고 불리면서 '참치'라는 이름도 갖게 되었다.


참치는 특이하게도 소고기처럼 부위별로 각기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생선이며 특히 '볼살'과 '아가미살'은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부위이다. 깊은 바닷속에서 어획된 참치는 유통과정 중에 품질이 좋게 유지된 것은 주로 횟감으로 사용되고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참치 캔으로 제조되어 유통된다. 참치캔은 고온으로 익힌 참치를 통조림에 고염수와 식물성 기름을 넣어 만들어지며 주로 김치찌개, 참치김밥, 참치마요등에 사용된다.




커다란 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하얀 쌀밥이 살포시 놓이고 그 위에 아직 냉기가 가시지 않은 참치가 한 주걱 올라간다. 온기와 냉기가 만나서 이때부터 참치가 스르르 부드러워지기 시작한다. 양조간장과 매운 베트남 고추를 넣고 생강도 한 움큼 넣어 매콤하고 짭조름한 기운이 남아있는 메추리알 서너 개가 참치살 옆에 놓인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순간이다. 여기에 땅이 빠질 수가 없다.


육지에서 자란 여러 종류의 채소가 더해진다. 깐양상추, 청상추, 무순과 적채를 양념 없이 버무린 야채샐러드가 하나 가득 담아진다. 이미 올라온 참치와 메추리알이 거의 안 보일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육해공군을 서로 연결해 주는 초고추장이 한 바퀴 반 정도 둘러지고 김가루로 마무리를 한다. 오늘도 1,000명 정도에게 든든한 한 끼가 되어준 참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든든한 한 끼가 되어준
참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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