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와 소설

마사꼬 정아(1)

서울에서의 만남

by 소채

그녀의 한국 이름은 김정아, 일본 이름은 마사꼬이다. 일본인 남편을 따라 평소에는 동경 인근에서 늦둥이 아들, 10살 연상의 남편과 함께 지낸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한 달에 한번 정도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다. 강서구 목동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생인 효진이가 그녀의 절친이라서 주로 한국을 방문하면 효진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지낸다. 마사꼬는 몇 년 전에 남편의 퇴직금으로 매입한 양평의 모텔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를 챙긴다는 명분으로 한국을 방문하지만 속으로는 병약한 남편의 병시중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던 그날도 공항에서 바로 목동에 있는 효진의 오피스텔에 짐을 풀고 퇴근하는 효진을 기다렸다.

* * *


직장생활 20년 차인 김 차장과 후배 이 과장은 나름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회사원이다. 가정에 충실한 편인 김 차장에 비해 이 과장은 나름 화류계의 아이콘이다. 가끔 두 사람은 퇴근 후에 저녁식사를 겸해서 소주 한잔 하고 2차로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성인나이트클럽이다.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하루 종일 고객들에게 시달리던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나름 이곳에서 해소를 한다. 더군다나 이성을 만나기에는 이곳보다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김 차장이 이 과장의 선배이지만 이곳에서는 항상 상황이 역전된다. 웨이터들의 손에 이끌러 룸으로 들어오는 여인들이 항상 이 과장의 주위에서는 자리를 뜨려고 하지를 않는다.


* * *


얼마 전에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된 효진이는 동네 마트에서 일을 한다. 하루종인 서서 일을 하다 보니 너무 피곤하지만 그래도 저녁에 마시는 맥주 한잔이 그녀의 유일한 낙이다. 오랜만에 일본에서 놀러운 친구 정아와 함께 강서구청 근처에 새로 오픈한 성인 나이트클럽에 가기로 했다. 이제 겨우 저녁 아홉 시 인데도 클럽 안에는 사람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이 빼곡했다. 효진이는 신나는 음악에 정신줄을 놓고 비트에 몸을 흔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신 주위의 남성들을 스캔하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 중에 눈빛이 교환된 사람이 있었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바로 이 과장이었다. 정아와 효진은 김 차장과 이 과장이 있던 룸으로 초대되고 네 명의 성인남녀들은 밤새도록 정신줄을 놓고 마시고 또 마셨다.


* * *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클럽을 빠져나왔다. 여름날 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바깥공기를 마시니 취기가 조금씩은 가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왠지 오늘같이 마음에 맞는 이성과 함께하는 날에는 더욱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지라 2차로 인근 이자카야로 자리를 옮겼다.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이기는 했지만 어느새 효진이와 이 과장, 그리고 정아와 김 차장은 오랫동안 사귀었던 연인들처럼 서로를 대하고 있었다. 이 과장은 김 차장에게 눈빛으로 사인을 주고 그 싸인은 김 차장에게 전달되었다. " 먼저 사라질 테니, 알아하시죠" 하는 뜻이었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이 과장과 효진은 없어졌고 마사꼬 만이 발그레진 얼굴로 김 차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약 한 시간 즈음 후에 그들은 어느 모텔방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었고 그것이 그들의 첫날밤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