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회복시키는 퇴근 전 1시간

by 이만희

교무실의 분주함이 잦아들고, 학생들이 모두 떠난 교실은 낯설고 조용하다. 퇴근 전 한 시간, 나는 그 빈 교실로 노트북을 챙겨서 들어간다. 햇살이 깊이 스며드는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쓴다. 인터넷 기사를 무의미하게 훑어내리던 손길을 멈추고,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된다.

글쓰기는 늘 시작이 어렵다. 그러나 막상 쓰기 시작하면 묵은 감정이 흘러나와 정리되고, 상처와 아픔이 낱낱이 드러난다. 따뜻한 커피 한 잔 곁에 두고 무의식에 감추었던 것들을 마주하는 일, 그것은 두렵지만 동시에 치유의 과정이 된다. 퇴근 전 이 한 시간은 고독을 선택하는 시간이며, 내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교무실에서 의미 없는 분주함에서 벗어나 절제된 고독 속에서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고독은 곧 글쓰기의 시간이다. 미친 듯이 몰입해 땀과 시간을 바치다 보면, 글 속에서 위안을 얻고 행복을 느낀다. 글쓰기는 상처를 드러내고 응시함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삶을 견뎌낼 힘을 기른다.

아침에는 동시를 읽으며 출근 준비를 하고, 학교에 도착하면 운동장을 돈다. 교무실에 앉아 조회 시간에 전할 말을 메모하고, 교실에 올라가 직접 내린 커피 향으로 하루를 연다. 학생들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반갑게 맞이하는 그 순간이 내 하루의 출발이다.

퇴근 후에는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공원을 산책한다. 그리고 다시 나의 작은 방구석으로 들어와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단순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나는 끊임없이 배우고, 묻고, 성장한다. 폐가 호흡하고 심장이 뛰는 한, 나는 이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글쓰기에 최적화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삶을 단순화하고, 매 순간 집중한다. 뼛속까지 내려가 글을 쓰다 보면, 그 끝에서 스스로의 구원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상처받은 현실은 나를 문학으로 이끌었다. 고독한 방 안에서 시를 쓰며, 세상에 질문을 던진다. 나는 배우고 질문하다가 결국 사라지는 존재임을 안다. 그러나 글을 통해 따뜻한 영혼의 울림을 경험하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고통과 타인의 삶을 마주한다.

한동안 점역교정사 자격증 시험 준비로 ‘읽기’를 멈추어야 했을 때, 내 영혼은 허기지고 삶의 의미를 잃었었다. 책을 읽지 않자 타인을 만나지 못했고, 삶은 지루하게 메말라 갔다. 그러나 다시 책을 펼치자, 굶주린 이가 음식을 탐하듯 닥치는 대로 읽어 내려갔다. 읽다가 쓰고 싶어지면 곧바로 일기를 쓰고, 다시 읽기로 돌아왔다. 읽기와 쓰기는 나를 회복시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습관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세상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살았는가. 이 질문은 내 글의 시작이자 끝이다. 감성의 근력을 기르고, 이해와 공감을 넓히는 일은 결국 ‘읽기’에서 비롯된다. 읽고 쓰는 순간마다 나는 나를 넘어서는 경험을 한다.

삶은 역경과 마주하며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글을 쓰는 자리는 자기 성찰의 자리이자,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문턱이다. 고독 속에서 읽고 쓰는 시간을 통해 나는 교사로서 조금씩 성장한다. 퇴근 전 1시간, 그 짧은 시간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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